김인태는 마을의 일꾼들과 함께 큰 솥들을 마을 앞마당 벌판에 걸어 놓았다. 그리고 잡았던 멧돼지들과 땅속에서 파낸 나무 뿌리들을 오래도록 삶았다. 그것들을 하루 종일 삶으면서 가마솥 주위에 멍석을 깔고 거적 새끼들을 짜도록 했다. 그러는 한편 삼림에 들어가 통나무들을 잘라 와 걸어 놓은 솥들의 주위에 지붕을 덮고 벽을 치 기둥을 세웠다. 그리고 도리와 서까래를 걸치고 잡초로 짠 거적을 덮었다. 그곳은 거적을 짜고 새끼를 꼬는 작업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넓은 작업장이었으며 그 안에 멧돼지 고기와 나무 뿌리를 삶는 솥들이 걸려 있었으므로 따뜻했다.

일꾼들은 그 안에서 삶은 멧돼지 고기와 나무 뿌리들을 먹으면서 일을 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역시 그것들을 먹으면서 한쪽 구석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김인태 자신도 유배집에서 나와 그 작업장에서 마을 일꾼들과 함께 먹고 자고 일을 했다.

그런데 그게 김인태의 목숨을 구한 결과가 되었다. 김인태가 유배처에서 나와 작업장 안에서 자고 있을 때 마을을 순찰하던 마을 경비대들이 전에 김인태가 기거했던 집안에 수상한 사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붙잡았다.

그 사나이는 자기는 이웃마을에 사는 사람이라고 주장했으나 그는 시퍼런 칼을 품고 있었다. 계속 조사를 해보니까 이웃마을에는 그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그는 관하에 넘겨졌는데 김인태의 정적들이 보낸 암살자가 아닌지 의심되었다.

김인태의 정적들은 호조판서 윤대감에게 줄이 달린 문관 일당이었는데 그들은 김인태에 대한 유배가 풀린 것을 보고 그를 유배시킨 자기들의 음모가 탄로될 것을 우려하여 암살자를 보낸 것 같았다.

암살자는 한양으로 압송되었고 한양의 포도청이 그를 다시 조사하여 그를 보낸 자들을 밝히기로 했다.

그 자는 배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그 자신의 정체는 들어났다. 한양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는 불량배의 한 사람이었는데 전에 호조판서 윤대감 댁의 가복이었다. 윤대감 댁에서는 그는 오래전에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쫓아냈다고 주장하고 있었으나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는 상세하게 말하지 않았다.

포도청은 그러나 그 암살자가 윤대감 댁에서 쫓겨난 뒤에도 윤대감의 일가인 윤일수 영감 댁을 드나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윤일수 영감은 김인태를 유배시킨 문신 일파였다.

포도청은 암살자의 배후에 대해서는 더 이상은 캐내지 못했으나 계속 수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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