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무늬 무당벌레(옌스 라스무스 글·그림, 김희상 옮김)=코끼리는 동물의 왕이 됐지만 왕 노릇 하는 게 별로 기쁘지 않았다. 코뿔소와 사자는 소풍 한 번 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무당벌레는 등에 점이 없었고, 들소는 몸을 너무 박박 문질러 씻었다. 몸집이 작은 원숭이는 자기가 거인의 수염 속에 산다고 생각했다. 이밖에 늑대와 고슴도치, 곰, 토끼 등 동물나라의 동물들이 들려주는 익살스럽고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열일곱 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이 책은 오스트리아의 철학 동화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웃음 짓게 하는 반전과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제발로 여우 굴에 들어간 토끼, 거인의 머리카락 속에 사는 원숭이들, 얼떨결에 귀여운 아이를 얻은 곰 부부, 동물의 왕보다 소풍가는 게 더 좋은 코끼리 등 동물들이 의인화돼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일본인 친구와 친해지기

◇일본 대탐험! 사라진 구슬을 찾아라(장은선 글·이경석 그림)=평범한 초등학생 성준이의 집에 일본 여자아이가 홈스테이 체험을 하러 온다. 성준이가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다른 또래 친구들이 그렇듯 한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 정도이다. 손님이 오는데 아무것도 모르면 얼마나 어색할까. 성준이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성준이는 이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재미있는 애니메이션과 수많은 게임의 고향,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예의 바른 사람들,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훌륭한 과학자들을 길러내고 경제 대국을 이룬 나라. 일본은 매력적인 나라이지만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해 식민지로 삼고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라이기도 하다. 가까운 나라이지만 여전히 용서를 구하지 않는 먼 나라 일본. 과연 어떤 것이 일본의 참모습일까.

명화 그려놓은 듯한 그림책

◇해골나라에 간 프리다와 디에고(파비안 네그린 글·그림, 김양미 옮김)=프리다 칼로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이다. 이런 칼로가 아주 사랑한 남자기 있었으니 바로 멕시코 민중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디에고 리베라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순탄치 않았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디에고는 프리다를 버려두고 다른 여자와 교제하는 일이 잦았고 이로 인해 프리다는 고통을 받았다. 이 책은 프리다와 디에고의 관계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개한다. 두 명의 작품 속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을 그림 안에 재현해 두 화가의 화풍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했다. 다채롭고 독특한 색감의 그림과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상징적인 이야기를 통해 어린 독자들은 남미 미술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나치에 고통받았던 독일인 이야기

◇아빠, 왜 히틀러한테 투표했어요?(디디에 데냉크스 글·페프 그림·정미애 옮김)=이 책은 나치 정권을 살아가는 한 독일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치당의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과 독일 안에서 벌어진 장애인에 대한 학대, 전쟁의 참혹함을 어린이의 눈으로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동안 유대인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시점에서 나치의 잔인함을 다룬 책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항상 가해자 역할을 했던 독일인의 암울한 일상을 그려냈다. 누구 못지 않게 나치에게 고통을 받았던 평범한 독일인들의 이야기는 독재와 전체주의 아래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제도인 선거가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일깨운다. 올바른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못된 투표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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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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