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지옥

전 세계적으로 사회보장 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 노후 파산으로 인해 빈곤층이 된 하류노인을 넘어 노인지옥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사회를 지탱하는 젊은 세대는 무한경쟁에 시달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속 증가해 경제적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비혼, 만혼,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라 독거노인 가구와 부부 2인 세대는 최근 15년 만에 2배로 증가했다. 이처럼 일본의 가족을 전제로 한 사회보장제도와 정책은 이미 그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대로라면 현재의 제도조차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노인지옥`은 노인대국 일본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지금까지 비참한 노후 사례 고발에 집중돼왔던 관심에서 나아가 둘러싼 사회보장제도의 면면과 실제 집행 현장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현재 상황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고령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분명히 깨닫게 만든다.

일본의 사회복지제도는 적은 금액으로 양질의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고령화 속도이다. 가까운 미래에 세 명 중 한 명이 고령자인 구도로 진입하면 아무리 시스템이 훌륭해도 돈 없는 사람은 의료 서비스든 돌봄 서비스든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그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고독사, 무연고 죽음, 노후 파산, 노인 표류, 하류 노인 등 온갖 신조어들이 그 현상을 말해주고 있고, 파산에 몰린 독거노인이 300만 명이라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일본 정부는 사회보장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2017년부터 소비세율을 10%로 올린다고 공표했는데, 이는 곧 모든 부담을 젊은 세대가 떠안아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이들은 부담하는 만큼 보답 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노인들이 처한 현실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차근차근 살펴본다.

일본에서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가 갈 수 있는 곳은 대략 세 종류로 구분해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인기 있는 특별양호 노인시설은 저렴한 비용에 입소할 수 있는 공적 시설로 전국에 약 8000개가 있고 수용 인원이 50만 명가량이지만 대기자만 50만 명이 넘는다. 당연히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그 다음으로는 민간 유료시설이 있는데, 이는 현재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요양원들의 유형과 비슷하다. 입주할 때 일시금을 받는 곳, 그렇지 않고 분기별이나 월별로 납입하는 곳으로 나뉘며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이 경우엔 `비용`이 가장 큰 관건이다.

마지막은 이도저도 가능하지 않은 처지의 노인들을 수용하는 `데이 서비스` 시설이다. 도시 속 낡은 단독주택에서 정원 10명을 상한으로 소규모 사업자가 운영하는데 후생노동성의 우대정책에 힘입어 최근 급속히 증가했다. 그러자 대기업까지 가세해 프랜차이즈화를 감행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각각 300-800개소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노인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 책은 노인복지시스템 정비가 시급한 한국에도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돼 줄 것이다.박영문 기자

아사히 신문 경제부 지음·박재현 옮김/ 율리시즈/ 264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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