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비밀스런 장소도 아니고 말레이시아 수도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테러다.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이 공공장소에서 일어났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김정남은 동생이 정권을 잡은 뒤 중국과 마카오 등 동남아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그동안 암살설, 망명설이 수없이 나돌아 온 만큼 그의 신변은 세계가 주목해 온 것도 사실이다. 테러 배후가 최종 확인된 건 아니지만 체제불안과 맞물린 북한의 소행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정남은 김정은 집권이후 북한의 권력세습을 강도 높게 비판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북한 소행이 맞는다면 국제사회는 물론 한반도 주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김정남 피살 사건을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이번 사건이 심히 중대하다는 인식하에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추가도발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과거 이한영씨 살해와 황장엽 전노동당 비서에 대한 암살을 시도한 바 있다. 국내에 있는 탈북민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적도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신변보호를 게을리 해선 안 될 것이다.

북한은 지난 12일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된데다 미·일정상회담 기간에 의도적으로 도발을 했다. 김정남 피살은 그 시점이 공교롭게도 한반도 안보상황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뭔가 북한내부에 이상기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마저 드는 대목이다. 오늘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역대 최고수준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미동맹의 대북 대응체제를 보여주기 위해 핵항공모함 등 전략무기가 참여할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다. 북한으로선 도발의 빌미로 삼기 위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은 물론 탈북인사에 대한 테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남 피살 이후 북한에 대한 경계를 한층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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