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대전연극제

초콜릿하우스
초콜릿하우스
대전 연극계의 최대 축제인 제26회 대전연극제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오는 27일 막이 오른다.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대전연극제는 한국연극협회 대전시지회 주최로 1992년 대전 연극의 발전과 연극 예술인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는 한편 지역 극단의 활동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면서 지역 예술의 저변확대에 기여코자 만들어졌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연극은 순수 창작극으로 오는 27일엔 극단 셰익스피어의 `초콜릿 하우스`(연출 복영한·작가 이중세), 다음 달 2일엔 극단 마당의 `소비자`(연출 손종화·작가 이유진), 5일엔 극단 떼아뜨르고도의 `핏빛, 그 찰나의 순간`(연출 박찬조·작가 최준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공연 시간은 오후 4시와 8시, 하루 두 번이며 관람료는 2만 원이다.

대전연극제에 오르는 세 작품을 소개한다.

◇극단 셰익스피어 `초콜릿 하우스`=초콜릿 하우스는 대전의 작가와 연출, 작곡가, 안무가, 성악가 등 대전의 전문 인력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다. 탄탄한 희곡 구성력에 무대 장치 변화와 스토리 복선을 바탕으로 한 역할 변화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내용은 이렇다.

석현이 운영하는 초콜릿 전문점 `초콜릿 하우스`. 석현과 함께 케이크와 초콜릿을 만드는 아르바이트생 지숙은 석현을 짝사랑하고 있고, 석현도 자기 일에 열정을 지닌 지숙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둘은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쩔쩔매고, 고양이 미요와 개 무람이만이 사실을 눈치챘을 뿐이다.

이때 건물 주인이 나타나 갑자기 가게를 빼라고 요구하면서 초콜릿 하우스의 두 주인공은 건물주인 조카 은수, 프랜차이즈 조사자 인호와 첫사랑과 짝사랑으로 뒤얽힌다. 석현은 가게를 지켜내고 지숙과의 사랑도 지킬 수 있을까.

복영한 연출가는 "초콜릿하우스는 진실한 마음과 사랑의 가치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단순한 남녀 사랑뿐만 아닌 젊은 세대가 열정을 갖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그 가운데서 가진 자의 `갑질`에 휘둘리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 등을 밝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 마당 `소비자`=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가속화된다. 인공지능, 로봇 같은 기술은 인간의 일자리를 결국 증발시킬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일자리와 노동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다시 물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람을 일을 해야 한다고 믿고, 노동을 제일의 가치로 보고 그 길에서 벗어난 자들은 백안시하고 배척한다. 노동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와중에 인간이 좀 더 인간답게 살 길을 찾고 싶다고, 없다면 만들어나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영은 자신의 직업이 소비자라고 여긴다. 과잉생산만 넘치고 소비가 줄어드는 때, 소비자의 역할은 중요하고 에너지를 쓰는 건 마찬가지니 당연히 직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여긴다. 그는 온전히 소비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생계 지원을 신청하러 간다. 공무원 만수는 실직자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공무원이 됐다. 상관 도무는 대놓고 그를 구박하고, 만수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 능력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 2년이 지나고, 대부분의 일자리를 인공지능 장착 로봇들이 담당한다. 만수는 사무관이 됐지만 불안하다. 그 때 상부에서 로봇들에게 소비를 가르쳐야 한다는 지령이 떨어진다. 넘쳐나는 생산품을 감당할 수 없어 유능한 로봇들에게 소비까지 담당하게 하려는 데….

◇극단 떼아뜨르고도 `핏빛, 그 찰나의 순간`="우리는 어떠한 결단과 숙명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가?" 작품이 던지는 물음이다. 이 작품은 계유정난(癸酉靖難)의 거사 당시 치열했던 인간의 이야기로 거센 바람을 맞고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의 숙명을 재조명한다.

부당한 폭력으로 권력을 잡은 자들은 그들의 행위를 스스로 미화하고, 패한 자들을 악으로 만든다. 대체로 그러한 역사적 사건은 `부당했으나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혹은 `대의명분도 없는 폭거` 등으로 그에 대한 평가가 선명하게 갈린다.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세조)도 늘 두 가지의 평가가 공존한다.

평가는 그 사건 당시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잡은 이들은 죽어서도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다시 죽고 산다. 그들에게 대항하다 죽는 이들의 행위 역시 새로운 평가에 의해 불멸이 돼 그 숭고함을 이어가기도 한다.

박찬조 연출가는 "자신의 숙명처럼 걸어가는 인간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고된 삶의 바람이 불어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꿋꿋이 그 일어나는 바람을 맞으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문의 대전연극협회 ☎ 042(223)0060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초콜릿하우스
초콜릿하우스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