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에서 끌어올린 곡 展' 3월 1일~31일 미룸갤러리

햇빛 칼날, 45cm×30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
햇빛 칼날, 45cm×30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
국내 대표적 민중미술의 선두주자인 홍성담(62) 화백이 대전에서 전시회를 연다.

홍 화백은 대전 중구 대흥동 미룸갤러리에서 `곡(哭)에서 끌어올린 곡(曲) 展`을 다음달 1일부터 31일까지 모두 4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47점을 두 번에 나누어 전시하는데, 다음 달 16일까지는 25점을, 나머지 15일간에는 22점을 나누어서 관객을 만난다.

홍 화백은 그동안 상처받은 혼(魂)들을 `그림`이라는 매개체로 바라보고 보여줬다. 그림으로 소통해 온 그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세상 밖으로 꺼내 치유하려고 노력한 작가라는 평을 얻고 있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광장의 외침 이상으로 아프고 병들고 곪아 터져 있다. 그것을 그림이라는 도구로 세상을 어루만지고 보듬고 있다. 저마다의 깊은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다.

그것을 꺼내 모두가 인정하고 공유할 때 비로소 상처에 새살이 돋아난다. 홍 화백은 "이번 전시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시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해 보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홍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47개 작품은 모두 소품이지만 작가가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대작 못지않다.

전시 공간은 네 개로 나뉘는데, 거실에 걸리는 작품은 바리데기 설화의 바리 공주 위주로 전시한다. 큰 방은 위안부 이야기를, 작은 방 1은 군부독재 이야기, 작은 방 2는 비틀어진 국가권력 이야기가 자리를 잡는다.

홍 화백은 꿈에 나타난 형상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꿈에서 아픈 혼을 만났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꿈에서 그 아픈 혼들을 외면할 수 없어 그림을 통해 굿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이 간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그 아픔을 치유조차 못하고 심지어 아픈 상처에 굵은 소금을 뿌리는 권력자들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모든 것을 털어버린다고 해도 내가 아파보지 못하면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가 어렵다. 내가 아팠으니까 아파 보았으니까 내가 그런 아픔을 안고 살았으니까 그것을 눈으로 보고 꿈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홍 화백의 말처럼 꿈과 현실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꿈인 듯 현실이고 현실인 듯 꿈 같은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현실에서 상처받은 혼들을 두고만 본다면 이 땅이 아비규환이 될 수밖에 없다. 시대가, 세상이, 국가가 만들어놓은 곡(哭)을 개인의 한(恨)으로 남기지 않으려고, 피하지 못한 운명처럼 환쟁이의 길을 걷고 있는 홍 화백의 굿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홍 화백은 조선대학교 미술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광주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노동 연작판화 `바퀴를 굴려라`, 환경생태 연작그림 `나무물고기`,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에 관한 연작그림 `야스쿠니의 미망`, 국가폭력에 관한 연작그림 `유신의 초상`, 세월호 연작그림 `들숨 날숨` 등이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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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45cm×30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
깃발, 45cm×30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
흙, 30cm×45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
흙, 30cm×45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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