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대선 출마 의지를 묻는 질문이 쏟아진다. 지난 10일 대정부질문이 있은 국회본의장 풍경이 그러했으며 어제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의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 대행이 불려나오든 참모진이 나오든 황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들 추궁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황 대행 측과 야당 의원들 간 팽팽한 신경전은 무승부로 끝나곤 한다. 즉답을 피하는 마당에 야당 의원들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황 대행을 겨냥한 야당 의원들이 공세적으로 나오는 속내를 모르지 않는다. 황 대행이 대선판에 접근 못하도록 불출마 쐐기를 확실히 박겠다는 게 일차 목표라면 이에 이르지 못해도 꾸준히 견제구를 날리다 보면 주눅이 들게 돼 있다. 그런 기미만 감지돼도 유의미한 정치적 소득이라 할 수 있다. 황 대행 스스로 대선 링에 오르는 일을 버겁게 여긴다면 보수진영의 잠재적 대선 후보 한명을 낙마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래서 황 대행 대선 문제는 야당 의원들에겐 일종의 꽃놀이 패가 아닐까 싶다. 출마 한다고 하면 그대로 파상공세를 펴면 되는 것이고, 안 나온다고 하면 그때부터는 그를 공격하는 정치적 실익이 반감된다. 이후 야권에 우호적인 대선 지평은 더 넓어질 게 자명하고 종국엔 대선이 집안잔치 겸 싸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야당 의원들 공세에 맞서는 황 대행 내공도 녹록지 않다.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그는 `정답`만 되풀이한다. 위중한 시기에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취지의 화법을 구사한다. 그가 대선 불출마를 공언하면 야당 의원들과의 갈등 구조는 허물어진다. 문제는 전략적 모호성인데, 일단 헌재의 탄핵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포석으로 읽혀진다. 황 대행은 여차지하면 자유한국당 간판으로 대선경쟁에 뛰어들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선택을 할 정황증거로 그의 대선 지지율이 꼽힌다. 보통 직업관료 사고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은 권력 의지가 쉽게 꺾인다. 역설적으로 황 대행은 반대진영 등살 덕에 정치인 맷집을 키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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