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명절기간 판매된 기차표의 3분의 1이 `예약부도(노쇼)`라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정용기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명절 기차표 예매현황`에 따르면 지난 설에 발매된 기차표 302만 2000매 중 취소·반환된 표는 33%가 넘는 102만 매나 됐다. 기차표를 예매한 3명 가운데 1명은 기차를 타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나마 취소·반환된 시점이 재판매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그러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4.5%에 달하는 13만 6000매의 기차표는 불용처리가 됐다고 한다. 한쪽에선 명절 표를 구하지 못해 난리인데 `노쇼`로 인해 빈 좌석으로 열차가 운행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명절 기차표 `예약부도`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엔 설 30%, 추석 28.7%, 지난해엔 설 28.8%, 추석 31.7%를 각각 기록했다. 매년 명절 때마다 30% 안팎의 예매취소가 이뤄지고 있다. 취소·반환 수수료만 해도 매년 4-5억 원이나 된다. 사회적인 낭비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문제는 `일단 예매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의 잘못된 예약문화가 만들어낸 병폐라고 할 수 있다. 명절에 고향을 찾기 위해선 열차표 확보가 중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취소해야 될지도 모를 표를 경쟁적으로 예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기적인 예약문화가 결국은 취소로 이어져 남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경제적으로도 손실을 끼치는 것이다.

`예약부도`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음식점, 병원, 미용실, 공연장, 고속버스 등 국내 5대 서비스업종의 한 해 동안 예약부도로 인한 매출손실은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해당업종과 관련된 제조업체의 손실까지 합치면 경제적 피해가 8조2700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위반할 경우 벌칙을 강화해서라도 `예약부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예약은 신뢰와 약속이행을 전제로 하고 있다. 꼭 필요한 예약을 통해 건전한 예약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