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물물교환의 시장경제에서 한 교활한 사람이 나타나 시장의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는 `높은 언덕(壟斷)`에 올라가 시장전체를 둘러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모든 이익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우리 국민들이 방송매체를 통해 가장 많이 듣는 단어인 `농단(壟斷)`이란 말의 유래다. 농단의 직접적인 뜻은 `높이 솟아 있는 언덕`을 뜻하지만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권력이나 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국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 국정을 둘러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모든 이익을 독차지한 사건이 작금의 `국정농단`이다. 그 높은 자리에는 사이비권력집단과 자기들의 이익에 혈안이 된 재벌집단, 그리고 이들을 비호하는 어용언론집단이 있었다. 이들에게 국가경쟁력과 정의, 국민, 애국심 따위의 고상함은 없었다. 있다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영구화할 탐욕만이 있었을 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겪으며 그 동안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루어 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들에 의해 무참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부분의 국민은 분노와 참담함으로 괴로워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그 절박함의 표출이 바로 1000만 촛불의 실체다. 그 촛불에는 정의롭지 못한 국가권력에 대한 분노가 있다. 사람을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기득권층에 대한 준엄한 경고가 있다. 그리고 연대와 배려로 함께하자는 미래지향적 가치가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희망의 불빛이 촛불이다.

그동안 성과와 효율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했던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람의 삶과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로 가는 길을 촛불이 밝혀주고 있다. 진보는 언제나 사람의 삶이 최고의 가치이며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사람이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사람의 삶에 가장 가까이에서 영향을 미치는 정치, 바로 생활밀착형 지방자치가 풀뿌리민주주의이고 그 지방자치가 사람의 삶과 행복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토목과 건설이 국정의 중심을 차지했던 이명박정부 후반기에 출범한 민선5기 지방자치부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보다 선진화된 지역사회와 미래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사람의 가치에 중점을 둔 사람존중사업을 펼쳐 왔다. 사람존중사업은 사람이 행복한 감정을 느끼면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문화, 교육, 보육, 안전, 건강, 복지, 절차적 민주주의, 평생학습 등과 연관되는 사업이다. 유성구는 삶의 질 만족도 비수도권 1위(전국5위), 지방자치 20년간 종합경쟁력상승지수 전국 2위, 지방자치경쟁력 전국 3위라는 평가를 받아냈다.

우리는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한 영향으로 성과를 평가할 때 수치의 변화나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들을 우선시해 왔다. 이것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의 치적을 평가할 때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 결과 4대강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나 눈에 보이는 수치상의 성과를 위해 무분별하게 예산을 투입해 왔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이제는 우리 사회가 겉으로 드러나는 가시적인 성과만을 정치인의 치적으로 보는 `산업화시대의 낡은 고정관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해 낼 수 있고 선진화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여기에 중심은 언제나 사람이며 사람과 사람간의 긍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간의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협업하고 협치하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는 `공정`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고 `공유`함으로써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나아가서 `공감`으로 하나되는 `3공혁신`운동이 지금 필요하다. 3공혁신은 조직과 지역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거쳐 왔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앞으로의 가져야 할 시대적 가치를 포함한 것이다. 사람 중심의 모든 사업과 정책을 꿰뚫는 원칙이 될 것이다.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는 여름산에서는 나무와 산의 형태를 제대로 알 수 없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산에 올랐을 때 나무와 산의 실체를 제대로 볼 수 있듯이 이 혼란과 혼동의 시대가 지나면 무엇이 옳고 어느 방향이 가고자하는 방향인지 선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때까지 지방정부는 사람의 가치에 중심을 두고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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