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의 말기에 들어섰다.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올해부터 시작되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료 수입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는 2017년 예산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을 전년 대비 2210억 원이나 감액 편성했고, 지난달 23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소득재분배 기능에만 집중되어 그 동안 미진했던 소득파악 문제나 재정대책, 수익자 부담 원칙을 조화롭게 이루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지난 10년 동안 전혀 향상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10년 전인 2007년 65%에 비해 2014년에는 63.2%로 후퇴했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상의료비 중 공공재원을 기준으로 OECD 평균 수준(입원 88.0%, 외래 79.1%, 의약품 57.6%)까지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16.6조 원 이상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뉘어 부과되는 현행 불공평한 부과체계의 개편을 통해 약 3조 8300억 원 정도를 추가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다른 재원 확보책은 법적으로 의무가 명시된 건강보험 국고 지원 정산 제도 변경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을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와 국민건강증진법 부칙에 따르면,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일반회계에서 14%,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국고 지원 비율은 약 15%에 불과하다. 이는 국고지원의 기준이 되는 보험료 예상 수입을 과소 추계하여 지원금을 적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기준으로 하는 국고 지원에 관한 규정을 `실제` 수입액에 근거하여 사후 정산하도록 함으로써 추가로 약 2조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또 다른 형평성 문제와 국고 지원 정산 제도가 사후 정산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 차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처럼 제도 자체의 정비도 중요하지만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 바로 건강보험료율 인상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국고 지원 정산 제도 변경과 더불어 민간싱크탱크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제한하는 건강보험료 20-25% 인상을 통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료를 20%를 인상할 경우 약 16.7조 원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료 인상보다는 소득세와 같은 조세를 올려 재원을 충당하자는 방안도 제기하곤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가채무가 이미 GDP의 40%를 넘은 재정 상황과 계속해서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고려하면 증세를 통해 확보된 금액이 건강보험 재정에 쓰일 수 있을지 오히려 더 불확실하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건강보험료 인상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을 보더라도 보장성이 늘어난 시기에는 항상 건강보험료 인상이 동반되었다. 보험료의 인상은 단지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겪게 될 건강 불안을 우리 모두가 공적 수단을 통해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 기업인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민간보험에 비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민간의료보험에 내는 돈의 일부만을 국민건강보험에 더 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은 국민 모두에게 큰 이익을 안겨 준다. 특히 서민과 중산층에게는 크게 유리하다. 국민건강보험의 지급률(보험료 대비 혜택)이 170% 정도인데 비해 실손 의료보험은 50~80% 안팎인 점을 비교해 봐도 더 확연해진다.

건강은 인간의 존엄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따라서 사회적 지위나 재산의 유무에 따라 차별 받지 않고 누구나 의료 서비스에 대해 접근할 수 있어야한다. 값비싼 민간의료보험료의 장벽에 막혀 의료이용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건강권의 불평등을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통해 함께 극복해야 하는 이유이다. 유미선 충남대학교병원 약무과장·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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