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초·중·고에 입학하는 신입생과 학부모들뿐 아니라 재학생과 학부모들도 바빠지는 달이다. 새 학년이 시작하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상위권을 선점할 수 있는지, 학교 및 교육정보 수집에 한창이다. 우리 아이가 진학하게 될 학교에서 누가 공부 잘하고 어떤 엄마를 알아두면 좋은 지(속칭 돼지엄마가 누군지), 어떻게 하면 소개를 받을 수 있는 지, 등등 열심히 몸과 귀가 움직인다. 더구나 요즘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교내 대회나 교내상 위주로 기록하게 되어 있고(대학진학 시는 외부경력이 도움이 되는 전형도 있지만), 고등학교 진학 시에는 교내상과 교내활동만 보다 보니 특히 중학교 학생들은 교내 모든 행사를 미리 준비하는 학원특강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치동에서 큰아이 교육에 성공하고 정보력에도 자신 있어 하는 한 중학교 학부모는 둘째 아이를 큰아이 때처럼 국·영·수 주요과목을 선행과 심화로 공부시키고 학교에서 열리는 교내대회 준비는 스스로 하게 했단다. 둘째 아이다 보니 보고 들은 것도 많아 보고서를 중학생 답지 않게 잘 써 기특해 하며 1등은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상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번엔 대학 다니는 오빠가 도와줘 훨씬 수준 높게 준비했는데 역시 상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상을 휩쓰는 학원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이번 겨울방학에는 국·영·수 외에 교내 탐구대회 준비반, 보고서 준비반, 과학동아리반등 하루도 쉴새 없이 학원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겨울방학엔 빡빡한 아이 학원 일정 때문에 가족여행도 못 갔다고 토로했다. 또한 예비 중1들은 토론 같은 자유 학기제 수업 방식을 미리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는 등 자녀의 적극적인 발표능력을 키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또 하나의 풍속도는 지난해 알파고 등장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데 따른 코딩교육 열기다. 당장 내년부터 중등 필수로 `코딩 교육`이 포함되자,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사교육 시장이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코딩 교육 열기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가장 높고 미 취학 아동도 예외는 아니다. 게임을 만들며, 코딩의 기초를 배우며 코딩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나중에 많이 배우면 진짜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며 호응이 좋다. 학원가에선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강조하면서, "코딩 교육이 대세다. 새 게임을 사지 말고 만들고, 최신 앱을 다운로드 받지 말고, 디자인하자"라며 홍보한다. 출판 시장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코딩 관련 책도 2015년에 비해 두배 넘게 팔렸다. 세계적인 완구업체들까지 줄줄이 코딩을 앞세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구구단 외우면 문제풀기가 쉬운 것처럼 코딩도 분명 역할이 있다. 하지만 실제 코딩을 했다고 창의력이 꼭! 늘어나는 건 아니다" 라는 의견도 있다. 코딩도 좋고 교내대회준비도 좋지만 우리 아이들의 방학을 송두리째 뺏지는 말았으면 한다.

에듀 비교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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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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