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어제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 승복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여야 4당 원내대표가 만나 이같은 합의를 보는 자리에 정세균 국회의장도 증인 격으로 참석한 점도 눈에 띈다. 헌재 결정과 관련해 문서 형태가 아닌 구두 합의라지만 국회 차원의 태도 결정이라는 점에서 평가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나중에 한 입으로 두말 하지 않는 이상 이 약속은 마땅히 지켜질 것으로 국민들은 믿는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는 대체로 3월 둘째 주 정도에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헌재의 변론 일정이 종반부를 향해 치닫고 있는 데다. 헌재소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이정미 재판관이 다음 달 13일 임기 만료가 되는 사정 등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하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른바 고영태 녹취록 파일을 둘러싼 국회 소추위원단측과 대통령 변호인단 측의 공방이 시간을 잡아 먹는 변수가 될 가능성을 말한다. 다만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나라 전체가 큰 홍역을 치를 수도 있는 만큼 누구보다 정치권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터에 어제 정치권 합의는 현 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 공약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안의 성격상 합의 형태가 크게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보다는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온 뒤 국민적 후유증을 최소한 일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정치권부터 마음을 놓거나 어떻게 되겠지 하는 집단 심리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 한번 헌재 결정이 내려지면 되돌리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 국민 일반이 따를 수 있도록 신뢰감을 쌓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권 움직임이 긍정적이라면 대선 후보들 태도에는 개인마다 입장차가 있어 보인다. 다들 헌재 결정 승복을 부정하지 않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한 자락 깔고 있는 듯한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엄밀하게는 이런 것조차 잘못된 신호를 줄지 모른다. 따라서 헌재 결정 승복에는 결과를 가정한 어떤 전제와 조건도 붙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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