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가 지난해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을 꺾은데 이어 60연승을 기록하더니 지난달에는 리브라투스라는 인공지능이 포커에서도 인간 최고수를 꺾었다. 리브라투스는 사람이 쓰는 전형적인 포커 속임수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해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렸다. 전문가들은 인류를 뛰어넘는 머신-사피엔스의 등장까지도 예고하고 있다.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인공지능이 대체해 준다는 인공지능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사회에 깊숙이 침공해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공포감도 든다. 고용정보원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2025년이 되면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국내 취업자 일자리 중 61.3%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라질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노무직, 사무직, 관리직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등 대부분의 직종이 포함된다. 인공지능과 연관된 새로운 일자리도 생길 수 있지만 보다 분명한 것은 전통적인 일자리의 개념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면 개인과 사회의 행복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필자 역시 연구직에 종사하지만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느낀다. 알파고 개발자가 노벨상을 탈 만한 연구업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공지능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서만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 20년 가까이 자기부상기술 한 우물만 팠다. 근시일 내 인공지능이 필자를 대신하여 자기부상기술을 연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연구개발 수요와 자금 지원이 인공지능과 관계된 기술로 바뀌면서 필자가 해온 기술수요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은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개인의 나이, 교육배경, 직업 경력, 신체조건, 지적조건, 현재의 일자리 등에 따라서 영향의 정도와 내용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미래의 일자리 변화에 대비해야 할까. 최근 정부, 학자, 기업가들이 다양한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인간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창의적 교육을 강조한다. 필자 역시 고심 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찾아봤다.

찰스 다윈의 주장을 보자. 생명체의 종은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아서 결국 강한 것이 된다고 했다. 즉, 항상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도록 스스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환경에 맞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은 무엇일까.

고심 끝에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하나는 외부 환경 변화를 인지하는 호기심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를 시작하는 용기다. 호기심은 삶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배움에 대한 질문이다. 호기심야말로 지식과 지혜, 발견의 시발점이면서 변해가기 위한 동력이다. 지금과 같이 기술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될 수록 촉각을 곤두세우는 호기심이 절실하다. 그러면 일상생활에서 무엇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필자의 경우는 연구직에 종사하다 보니 일간지, 기술일간지, 주간지, 연구보고서 등을 접한다. 독자들도 호기심을 갖고 일상생활에서의 인공지능에 의한 사회 변화와 일간지에 소개되는 최근 기술동향을 나와 연관시켜서 살아남기 위한 자세로 분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인공지능에 의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일자리에 어떻게 활용할지도 자연스레 연상될 것이다.

다음으로 호기심으로부터 얻은 변화와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처음부터 배우거나, 다른 분야에서 이용되는 것을 자신의 일에 접목 할 수도 있고 또 여러 가지의 적용 사례들을 통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은 일자리 변화에 국민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각자 개인들이 인공지능 시대를 이해하고, 예측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기술자들만이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대비하도록 말이다. 그리하여 인공지능의 일자리 침략이라는 우려가 기우가 되고 국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고 지키는 기회로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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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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