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관 씨가 지난해 직접 재배한 명아주로 만든 청려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당진시 제공
김희관 씨가 지난해 직접 재배한 명아주로 만든 청려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당진시 제공
[당진]명아주로 만든 지팡이(청려장)를 마을 어르신들이나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선물하는 미풍양속을 이어가는 이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충남 당진시 송악읍 부곡1리에 사는 김희관 씨(70세). 김 씨는 마을노인회의 총무도 맡고 있다.

김 총무가 청려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밭에서 일하다 곧게 자란 명아주를 보게 됐고, 이것으로 만든 지팡이는 아주 가볍고 건강에도 좋다는 선친의 이야기를 기억해내 지팡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힘이 부쳐 굴러다니는 막대기를 짚고 경로당에 오신 어떤 어르신은 그나마 경로당 멀찍한 곳에 놓고 옵니다. 나이가 비교적 적으니 민망했던 모양입니다. 명아주를 보고 이분을 떠올렸습니다. 첫해는 마땅한 명아주를 찾지 못해 4~5개 정도밖에 못 만들었습니다."

김 총무는 청려장을 선물 받은 어르신이 자손들에게 이 지팡이 누가 직접 만들어 선물했다고 자랑하신다는 말을 전해 듣고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청려장을 더 만들고 싶었지만 곧게 자란 명아주를 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예 명아주를 곧게 `재배`하기로 결심했다.

"어린 명아주가 한 뼘 정도 되면 지지대에 묶어 옆으로 기릅니다. 더 자라면 다시 위로 향하도록 수직막대 지지대에 묶어 키웁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둘러봅니다. 혹시 비바람이나 짐승에게 다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하거든요."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믿는 김 총무는 이런 정성을 들여 올해 20개의 쓸만한 명아주를 수확했고, 지팡이 15개를 만들었다. 지팡이가 필요한 동네 어르신에게는 모두 드렸으니 올해는 당진유도회 송악읍지회의 연로한 어르신들께 선물할 계획이다.

김 총무는 "처음 만들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필요한 분이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며 "하찮은 것이라도 정성을 다하면 감동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청려장(靑藜杖)의 재료가 되는 명아주는 심장에 좋은 식물로 몸에 지니고 있어도 효력이 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도산서원에도 퇴계 선생이 사용하던 청려장이 보존돼 있으며, 정부에서는 지난 1992년부터 매년 어버이날이나 노인의 날이 되면 100세가 되는 노인들에게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청려장을 선물로 주고 있다.

차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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