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하기`는 2인자의 영원한 성공 문법이다. 20대 후반 북한 최고권좌에 오른 김정은은 미숙한 지도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조부인 김일성 따라하기를 구사했다. 평소 양복을 즐겨 입은 조부를 본 따 양복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섰다. `배 내밀고 걷기, 뒷짐 지기, 중절모 착용, 소련군 코트입기`는 북한 최고존엄의 김일성 따라하기 세트이다.

따라하기는 남한도 판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내내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따라하기의 꼬리표가 붙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들불로 번지자 나온 보수단체들의 일명 `태극기집회`. 촛불집회를 따라하듯 자체 방송국을 만들어 집회현장을 생중계 하는가 하면 주요 발언과 영상 등을 따로 편집, SNS로 확산했다. 지난해 연말 촛불집회측에서 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자는 `송박영신` 집회를 내세우자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이한다는 `송화영태`가 등장했다.

따라하기 문화는 대선 후보들에서도 불이 붙었다. 국민의당은 이달 초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자 문 전 대표의 안철수 따라하기 행보가 도를 넘었다며 발끈 했다. 따라하기 풍경은 해외서도 익숙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로 기업들을 압박하자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 마린 르펜 대표도 이를 따라해 보호 무역주의 정책 강화를 천명했다.

따라하기가 빈축을 살 만한 일은 아니다. 삼성은 한발 늦게 출발했지만 패스트 플로어(빠른 추격자)의 1등 따라하기 전략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 따라하기는 장점도 많다. 지방자치제에서 어느 한 곳이 좋은 정책을 펼치면 얼마 안가 따라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을 선다. 주민 삶의 질 지역 격차를 줄이고 더 많은 이들이 좋은 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들의 따라하기는 적극 권장도 한다.

관건은 충실성이다. 애초 취지는 담지 못한 채 모양만 베낀 전시성 따라하기는 저질의 짝퉁 정책을 양산한다. 천안시는 올해부터 생활임금제 시행 자치단체 대열에 합류했다. 청년 노동권이 우리 사회 현안이지만 천안시는 시정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을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천안시보다 생활임금제를 일찍 도입한 아산시는 시정 아르바이트 대학생까지도 생활임금을 지급했다. 천안시는 창조적 따라하기인가, 편협한 따라하기인가?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