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수 김인태가 잡초마을에 온 후에 달라진 것은 그런 것들 뿐만이 아니었다. 유인태가 머물고 있는 집 마당에 널찍한 멍석이 깔리고 거기에 모인 아이들의 입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렸다. 촌장의 간청에의해 김인태가 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게 된 것이었다. 첩첩산중의 외딴 마을의 아이들이 생전 처음 글을 배우게 되었다.

마을이 그렇게 변하자 마을에 경비대가 조직되어 마을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유배수가 도주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유배수를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은 낯선 사람들이 마을에 들어가려는 것을 막았다. 매년 몇 번씩 그곳을 찾아오는 소금장수도 마을에 들어가지 못하고 쫓겨났다.

유배수는 첩첩산중 외딴 마을에 억류되었다고 해서 방임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배수를 고발한 정적들이 유배수가 법대로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밀정을 보냈다. 그리고 유배수가 유배 규정에 어긋나는 짓을 하고있으면 다시 고발하여 중벌을 내리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악랄한 정적들은 암살자를 유배지까지 보내 유배를 당하고 있는 유배수를 암살하기도 했다.

그래서 잡초마을은 마을에 경비대를 만들어 유배수를 해치려는 자들을 감시하게 되었다. 유배수 김인태는 그곳에 온 지 몇 달도 되지않았는데도 그 마을에서 없으면 안될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경비대가 그렇게 순찰한 지 석 달쯤 되던 날 마을 뒤의 바위산에서 사람의 시체가 한 구 발견되었다. 그때는 한 겨울이었으며 전날 강한 바람과 눈이 불어닥쳤는데 그 시체는 그 추위에 견디지 못한 것 같았다.

시체는 김인태의 유배 집이 내려다보이는 동굴 입구에 있었는데 그는 왜 그런 날 그런 곳에 있었을까.

밀정같았다. 김인태의 정적들이 보낸 밀정이 김인태의 집을 염탐하다가 추위에 이기지 못해 죽은 것 같았다.

보고를 받고 김인태를 그리로 데리고 왔던 관아의 군관이 현지에 나와 조사를 하더니 죽은 자가 김인태의 동정을 살피려는 밀정임을 확인했다. 김인태의 정적들이 보낸 것 같았다.

군관은 촌장에게 김인태에 대한 감시를 엄격히 하라고 경고했으나 문책은 하지 않았다.

당시의 유배수에 관한 법규나 관례에는 유배수가 유배지의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은 비공식적으로 허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유배수가 거처에서 벗어나 유배지의 마을 안을 돌아다니는 일도 유배수에게 도망갈 의사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관대히 묵인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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