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약창] 한국 선진의술 대표한다는 생각에 책임감

시력교정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외국인들을 수술할 기회가 종종 있다. 시력교정수술은 동양권에서도 우리나라가 주된 대상인데, 근시 인구가 많고 콘택트렌즈 사용자가 많아 수술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충분하다. 이 때문에 다양한 수술 경험에 수술 기술의 정교함이 더해져 다른 의료선진국에 비해서도 강점이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여러 나라 외국인들이 수술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까지의 수술 경험으로 보면 외국인이 우리와는 약간 다른 면도 있고, 또 나라마다도 환자의 성향이나 특성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외국인 환자들은 아무래도 한국이 외국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주의사항이나 약 사용 등을 대체적으로 잘 지킨다. 반면 수술 전에 검사기록을 가지고 수술에 대한 상담을 하게 되는데 때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과감하고 당돌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수술하는 의사의 수술 경력이나 그동안의 수술 결과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는 경우가 그러하다.

사실 한국인들은 의사 면전에 `수술을 많이 해보았느냐`고 묻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이런 질문이 때로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표현에 있어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낯선 외국에서 소중한 눈을 수술하려는 걱정스러운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몽골인들을 수술할 기회가 있었다. 막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몽골인이 시력이 아주 좋았다고 알고 있다. 아마도 거슬러 올라가면 유목민이 조상이고, 생활의 특성상 초원에서 원거리를 주로 보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다. 대부분 수술을 받는 사람은 근시여서 수술 후에는 약간의 원시 상태여야 수술의 만족도나 원거리 시력이 좋다. 이때 원시 상태도 수정체의 조절력 정도에 따라 적응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실제로 수술로 접한 몽골인들은 원시상태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좋았고 수술의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이들 몽골인은 일반적인 우리나라 사람에 비해 원시에 탁월한 적응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눈 속에 과거 유목인들 조상의 피가 흐르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수술 후 눈 상태에 대한 반응은 확실히 서양인이 좀 더 직접적이고 외향적이다. 진료실에 들어설 때면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표정에서 조금 더 확실히 들어난다. 또 수술 후 표현도 `판타스틱(fantastic), 그레이트(great)` 등 화려하게 나타낸다.

서양인을 수술할 때 동양인에 비해 수술의 외적 조건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선 골격 구조가 눈이 움푹 들어가고 코가 높아 수술시 기계나 기구의 움직임의 제한이 생기고 푸른색의 눈동자가 동양인의 브라운 색깔에 비해 대비감도가 떨어져 수술시야의 선명도가 떨어진다. 물론 곧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약간의 낯섦과 어려움이 있기도 했었다.

또 서양인들을 수술하다 보면 안구 조직이 조금 더 단단하고 치밀한 느낌을 받는다. 근시의 주된 발생 원인이 성장기 안구의 길이 증가이고 서양인이 동양인에 비해 근시가 적은 것을 감안하면 수술시 느꼈던 조직의 단단함이 안구의 변화로 인한 근시변화를 억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한국인도 외국에 많이 나가 있지만 외국인도 우리 곁에 많이 있다 보니 앞으로도 외국인을 수술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환자가 다 소중하지만 가끔은 수술하는 내가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접근하게 된다. 의료관광산업 시장도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의 선진 의술이 펼쳐질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김세윤 맑은눈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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