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라지는 철도교통 중심지로 시작한 대전이 지금처럼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의 개통, 대덕연구단지와 제2행정수도의 계획이 수립된 이후다.

특히 1978년 갑년체전을 개최하면서 시작돼 1989년에 직할시로 승격되고, 1993년 대전엑스포를 치르면서 광역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철도분야에서는 192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역구내 지하도를 건설했고, 1979년에 대전역 광장 지하도가 개통됐다. 2009년 소제동에 지상 28층의 쌍둥이 건물인 `철도기관 공동사옥`을 준공해 대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고속국도는 경부(고속국도 1호선)와 호남(고속국도 251호선)이 회덕에서 갈리고, 유성에서 당진-영덕고속국도 30호가 연결된다. 또한 서대전과 판암IC를 잇는 남부순환고속국도가 있어 사통팔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내륙에 위치해 해상교통이 전무하고, 하늘 길은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일반 도로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만들어 대부분 직각으로 길이 교차돼 편리한데 반해 대중교통인 도시철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1996년 광주와 나란히 도시철도 1호선이 시작 할 때만 해도 5호선까지 환상적인 계획이 제시됐지만 정치적 세력이 미흡해서 그런지 지금은 모두 실종됐다. 그러니까 결국 시장이 바뀔 때마다 지하, 지상, 트램 순으로 형식만 정하고 임기가 끝나는 바람에 이제는 2호선은 트램 형식으로, 3호선은 충청권 광역철도에 의존해 구색을 갖추는 궁색한 수준이다.

그런데 시내를 다니다 보면 가슴이 콱 막히는 도로를 쉽게 볼 수 있다. 우선 대전역 지하차도를 지나고 나서 만나는 동구 소제동 신작로와 중촌동 한남대교를 보면 더욱 그렇다. 중앙로와 계족로가 마주치면서 소제주거환경 개선지구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인도만 개설해 놓았는데 보기가 안쓰럽다. 또 한남오거리에서 한남대교를 건너면서 중촌 주공아파트 뒤로 지나 둔산으로 연결이 돼야 한다. 가수원동과 정림동을 이어주는 다리가 개통되는 안영톨게이트 쪽으로 터널을 그려보고, 우왕 좌왕하던 갑천길과 2차선만 개통한 동서대로와 유성대로가 연결부분이 차량정체의 원인이 되니 우선적으로 뚫려야 한다.

대전 시민들이 원하던 세종시가 들어서고 나니, 우리 입장이 흔들린다. 세종시의 탁 트인 호수를 보고, 돌아오면서 갑천을 바라보면 생각이 위축된다. 어렵겠지만 예산을 끌어다가 길을 뚫어야 도시가 살아난다. 로마시대부터 선거철이 되면 다리를 놓고, 길을 내었다니, 이번에는 총기를 모아서 도로를 시원하게 뚫어보자.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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