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어떤 충청인은 충청출신 재무장관이 하필 충청은행을 제일 먼저 없앴다고 한탄한다. IMF 직후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할 때다. 그는 다른 지역 사람이 재무장관이었다면 절대로 그렇게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도는 항상 그런 식으로 (솔선수범) 했고 그래서 충청도는 정치권에서 중심에 서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났다게 주장의 요지다. 확인된 건 아니지만 상해에서 김구선생이 폭탄 던질 사람을 찾을 때 잘 나서는 사람이 충청도 사람이었다고 하는 얘기도 있다. 하여튼 미미하던 임시정부는 예산출신 윤봉길 의사의 의거로 국제적 이목을 끌게 되었고 존재감이 없던 임시정부와 김구선생도 다시 살아났다.

왕년의 대통령선거를 보면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자기 지역 출신 후보들에게 몰표를 주었다. 김영삼은 경상도에서 김대중은 전라도에서 몰표를 받았다. 특히 김대중은 광주와 전남에서 90%이상의 몰표를 받았다. 그런 결과로 그런 지역에서는 대통령이 나왔다. 충청도는 달랐다. 몰표현상이 없었다. 김종필은 물론이고 한 때 `당선은 떼논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이회창도 충청에서 몰표를 받지 못했다. 결과는 낙선.

좋게 말해서 충청은 지역주의에 초연했고 명분을 지켰다. 지역주의를 찬성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고 그 힘도 대단하다. 대선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의 하나다. 지역주의를 배경으로 어떤 지역은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고 어떤 지역은 계속 몰락하여 찬밥 신세가 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또한 현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가장 유력하다는 어떤 유력후보는 호남민심 잡기에 사활을 걸어왔다. 호남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했었다. 그의 부인까지 호남에 살다시피 하면서 남편을 돕고 있다는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 인구수로는 영충호(嶺忠湖)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충청이 호남을 앞섰다. 그러나 충청민심보다는 호남민심을 두려워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이런 결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충청도 무장관`이라는 볼멘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지역주의에 충실한 곳과 지역주의에 초연한 곳의 차이는 이런 정도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생긴 이래 충청도 출신 직선 대통령은 없다. 경상도에서 싹슬이하다 시피 했다. 특히 5.16후 현재까지 56년간 경상도 출신의 집권기간은 통산 50년이다. 이 기간에는 김대중 5년과 최규하 8개월이 들어있을 뿐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 지역에서 너무 오래 했다. 여건 야건, 정치성분이 어떠하든, 전 기간의 90%를 어느 한 지역에서 차지한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경상도 출신 유력주자가 유난히 많은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제도보다는 사람 중심인 한국정치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면 지역인맥이 생긴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아직은 아무도 못말린다. 인맥이 심해지면 이름이 붙는다. TK, PK, MK, 영포라인....이런 명칭은 정치적 지역주의가 강화된 70년대 이후 생겨났다. 당연히 충청도에는 이런 이름이 없다.

그래서 요즘 정의란 무엇인가와 함께 균형이란 또는 공평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한사람의 장기집권도 문제지만 한 지역의 장기집권도 분명히 문제다. 정권교체만 중요하고 지역교체는 불필요한가? 특정지역의 50년 장기집권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 개인이든 지역이든 간에, 장기집권은 패권주의를 낳고 패권주의는 제왕적 권력을 낳고 이런 절대적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여기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도 그런 구조의 산물이다. 장기간에 걸친 권력의 지역편중은 부패, 비리, 특권과 불평등을 유발하는 유착구조를 만들었고 관피아. 정피아, 법피아, 군피아....범죄집단을 연상케하는 갖가지 명칭을 양산하고 있다. 그것은 부패에서 그치지 않고 나라를 두 개로 쪼개놓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권력의 지역이동, 지역교체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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