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재심 스틸컷
재심 스틸컷
영화 `재심`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사망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면서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불평등`을 고발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수사기관이 실적을 위해 가혹한 수사로 범인을 만들고, 아무 힘도 없는 이들은 법과 공권력에 의해 `권리 침해`를 받아도 벗어나지 못하고 포기하며 끌려다닐 뿐이다.

실제 이 사건에서 범인으로 만들어져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소년은 재심에서 결국 무죄 선고를 받는다. 무죄를 선고 받았다고 그의 억울함은 풀렸을까. 영화 보는 내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의 격언이 머릿속을 맴돈다.

영화는 공권력에 의해 목격자에서 살인범이 된 소년과 그 소년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목격자였던 10대 소년 현우(강하늘)는 경찰에 의해 살인범으로 뒤바뀐다. 살인 누명을 쓴 현우는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출소하게 된다. 유명세를 얻고자 아파트 집단 소송에 나섰던 변호사 준영(정우)는 패소하며 돈과 가족을 모두 잃고 벼랑 끝에 몰린다. 연수원 동기 창환(이동휘)의 도움으로 거대 로펌에서 일할 기회를 얻은 준영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얻기 위해 나선 무료 변론 봉사에서 10여 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단 살인 사건의 범인 현우를 만나 사건의 충격적인 전말을 듣고 재심을 청구하려 한다. 다시 한 번 유명세를 얻어 `인생 한 방`을 찾으려는 준영. 그런데, 현우 모자가 준영의 심장을 다시 뜨겁게 뛰게 한다.

영화는 `법은 누구를 위해 있나`를 되물으며 정의를 되찾고자 한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사회의 부조리를 형성하는 `권력`의 창구로 전락한 상황이 영화보다 현실이 더 적나라 해 불편함과 찝찝함을 안긴다.

영화 초반 준우는 로펌을 `수익을 내는 기업과 같다`고 일갈한다. 그에게 법은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 구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내다 파는 물건처럼 다뤄지며 이용할 매개체 일 뿐이다. 범인으로 몰린 후 심지어 국가로부터 구상권 청구를 당해 빚더미에 앉게 된 현우는 준영에게 묻는다. "법이라는 것이 뭐여? 사람 보호하려고 만든 것이여? 가진 놈들이 이익 챙기려 만든 것 아녀?"라고.

준영은 영화 초반 거대 로펌의 오전 멘토링 미팅에 참석해서 이같이 말한다. 세상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 뿐이라고. 그랬던 준영은 사건의 진실과 맞닥뜨리고 현우의 진심을 알아가면서 정의를 세우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시선은 준영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기에 벅차다. 오히려 조폭보다 더 조폭같은 경찰의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 `정의`가 구현되길 바라게 된다.

아쉬운 부분은 변호사 역할을 맡은 정우의 발음이다. 감정이 고조되는 씬에서는 대사를 알아들을 수 없이 발음이 뭉개져 몰입도를 방해한다. 거대 로펌의 전도유망한 변호사로 나오는 이동휘의 싸늘한 연기는 주목할 만 하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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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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