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영국에서 연구자들은 런던 택시운전자 열여섯 명의 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 택시 운전자들의 뒤쪽해마 즉 환경에 대한 개개인의 공간적 표현을 저장하고 조작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넓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근무 연수가 많을수록 넓었다. 또한 연구자들은 운전자들의 해마 앞부분의 넓이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좁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뒤쪽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결과였다. 연구자들은 런던의 복잡한 도로를 돌아다니기 위해 필요했던 지속적인 공간처리는 "해마 내 회백질의 상대적 재분배와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두뇌가 반복적인 신체행동이나 정신적인 활동에 의해서 신경회로가 바뀌는 것을 `신경가소성`이라 한다. 이러한 능력 때문에 우리는 뇌의 부상에서 회복할 수도 있고 평생 동안 학습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반복적인 행동이나 생각에 의해 특정회로가 강해지면 고착화된 행동이나 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가소성의 부정적인 측면이기도 하다.

우리 뇌의 신경회로는 어떤 기술을 익히기 위해 훈련하다가 멈추면 그 상태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훈련하는 다른 기술에 자리를 내어준다. 즉 신경회로가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신경회로는 그 훈련이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반복되는 것에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이다. 결국 뇌는 우리가 어떻게 학습하고 사고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의 사용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의 장기간 사용은 작업기억에 과부하를 초래하고 전두엽이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을 방해해 산만해지기 쉽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기억하려고 하기보다는 검색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기억을 인터넷이나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기억능력은 점점 약화되고 급기야 인간의 자아나 정체성마저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들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우리의 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의 기억뿐만이 아니라 지성활동을 기계가 대신해준다면 우리 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문제는 얻는 것과 잃을 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휩쓸려간다는 것이다. 얻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우일까? 이상열 두뇌학습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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