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의 밤

계엄령의 밤
계엄령의 밤
1980년, 밤 늦은 시간 통행금지 사이렌을 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추격자들에게 쫓기던 한 남자가 미친 듯 어두운 골목 속으로 내달린다. 그는 대통령 암살범 음모 주모자이자 간첩으로 현상수배가 붙은 조각가 서문도이다. 군을 동원해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대통령 M은 그 과정에서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그에 대한 원성이 두려운 나머지 전국에 계엄령을 발동, 공포정치를 이어나간다. 문도는 더 이상의 도피 생활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민주화 투사인 J와 자신의 후원자 역할을 해오던 외삼촌이 있는 일본으로 밀항을 결심한다.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보수 단체가 계엄령 선포만이 답이라며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인다.

우리는 여전히 계엄령의 악몽을 기억한다. 집회나 시위는 꿈도 못 꾸고, 말 한 마디 마음 놓고 못하며 대학은 총을 든 군인들이 지켰다. 영장도 없이 언제든 연행되고 구속될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죽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가슴 깊은 곳까지 전달하며 재미와 감동을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은 `여명의 눈동자` 이후 40년 만에 작가 김성종이 신간을 출간했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일제의 강제징용부터 한국전쟁까지 현대사를 다뤘던 그가 이번엔 `계엄령`을 들고 찾아왔다.

이 책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1980년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30년에 걸친 이야기다. 전쟁 이후 죄 없는 양민들이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했던 보도연매사건과 1980년대 계엄 치하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을 맞물려 그리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수 박에 없었던 인간군상을 담아냈다.

김성종 작가는 "생각하기도 싫은, 너무 오래돼 곰팡이까지 낀 그것을 햇볕에 꺼내는 일이 지금까지 너무도 부족했음을 절감했고 그래서 이번 작품을 집필하게 됐다"며 "계엄 하의 그 살벌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절망적인 몸부림과 저항을 그린 작품이 별로 없는 한국 문학에 이 작품이 조그만 불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강은선 기자

김성종 지음/ 새움/ 360쪽/ 1만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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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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