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의 밤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보수 단체가 계엄령 선포만이 답이라며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인다.
우리는 여전히 계엄령의 악몽을 기억한다. 집회나 시위는 꿈도 못 꾸고, 말 한 마디 마음 놓고 못하며 대학은 총을 든 군인들이 지켰다. 영장도 없이 언제든 연행되고 구속될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죽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가슴 깊은 곳까지 전달하며 재미와 감동을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은 `여명의 눈동자` 이후 40년 만에 작가 김성종이 신간을 출간했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일제의 강제징용부터 한국전쟁까지 현대사를 다뤘던 그가 이번엔 `계엄령`을 들고 찾아왔다.
이 책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1980년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30년에 걸친 이야기다. 전쟁 이후 죄 없는 양민들이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했던 보도연매사건과 1980년대 계엄 치하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을 맞물려 그리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수 박에 없었던 인간군상을 담아냈다.
김성종 작가는 "생각하기도 싫은, 너무 오래돼 곰팡이까지 낀 그것을 햇볕에 꺼내는 일이 지금까지 너무도 부족했음을 절감했고 그래서 이번 작품을 집필하게 됐다"며 "계엄 하의 그 살벌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절망적인 몸부림과 저항을 그린 작품이 별로 없는 한국 문학에 이 작품이 조그만 불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강은선 기자
김성종 지음/ 새움/ 360쪽/ 1만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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