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이라는 섬뜩한 경고가 화두다. 농어촌의 저출산·고령화 및 대도시 이주에 따라 주민들이 감소, 자립공동체 기능이 불가능해져 많은 지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음을 뜻하는 끔찍한 예측이다. 정부도 올해 처음 `인구감소지역 신(新) 발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턱밑으로 다가온 현실임을 인정했다. 행정자치부는 업무계획과 세미나에서 연내 지방소멸 문제에 대응할 실효성 있는 특별법 제정을 시사했다. 그간의 지역발전정책이 인구와 경제성장을 전제로 확대 지향적 이었다면 앞으로는 질적 발전과 통합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범정부 차원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방침이다. 국가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란 판단에서다. 인구감소지역은 읍·면 중심지에 공공·근린시설 등을 집중배치하는 `거점마을`을 조성 정주여건을 개선한다. 도시에서 이주한 청년들의 현장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희망뿌리단`도 구성 운영한다.

`지방소멸`은 먼저 일본에서 발표되며 파장이 컸다.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장관이 2014년 `지금과 같은 인구 감소, 고령화가 지속되면 일본 전체 지자체의 50%인 896개가 소멸한다`는 내용이 담긴 `지방소멸`을 출간 하면서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우리도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마스다 보고서의 접근법을 토대로 전국에서 84개 시·군, 1383개 읍·면·동이 30년 이내에 소멸할 수 있는 것으로 분류, 농어촌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충청권도 충북에서 5개 시·군, 충남에서는 10개 시·군이 포함됐다.

인구감소는 오래 전부터 우려해왔지만 시원한 대책과 성과는 없었다. 이러는 사이 농어촌에서는 소멸 징조가 다양하게 드러났다. 빈집이 늘며 관리 및 처리에 애를 먹고있다. 젊은 남성들은 결혼을 못해 노총각으로 지내다 가까스로 외국인 여성과 혼인 다문화가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학생수가 줄며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추진, 학교가 사라지는 지역에서 지역공동체 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교육부는 인구가 줄고 학생이 감소하는 지역의 교육지원청을 폐지하는 조직 효율화를 추진했으나 지역 각계의 반발에 포기했다. `행복택시` `마을택시`등은 버스가 다니지않는 오지마을 교통편의를 위해 운행한다지만 승객이 없어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지역의 대체교통수단으로 봐도 무방하다.

한계마을도 문제다. 한계 마을이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 공동체 기능 유지가 한계에 도달한 마을을 뜻한다. 전국 대부분 농어촌 지자체는 인구감소로 한계마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이 군내 마을을 자체 조사한 결과 70개가 넘었다.

이런 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자체들이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귀농귀촌인 유치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 및 정부의 장려정책과 맞물리면서 성과가 높다. 이에 모시기 경쟁이 눈물겹다. 대학교가 있는 지역은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주소를 옮기라고 통사정이다. 기업에게는 인·허가와 행정적 지원 등을 무기로 임직원들의 주소이전을 강권한다. 군부대가 있는 지역은 군인마저 주민화 한다.

이런 행태는 인구 늘리기의 한 방법은 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젊은층이 떠나고 외지인이 일시 주소를 갖거나 은퇴자가 들어오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져 `아랫돌 빼 위돌 괴는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소멸을 막는 길은 출산의 95%를 차지하는 20-39세 여성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결혼해서 살기 좋은 주거·양육·교육 환경, 문화·여가시설, 일자리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런 정책은 국가 백년대계를 보고 장기적으로 수립 실행해야 한다. 대선정국 주자들의 지방 살리기 정책은 변죽만 울리는 수준이다. 지방 살리기 정책은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펼쳐야 한다. 84개 시·군, 1383개 읍·면·동이 30년 이내 소멸위기라는 것은 국가 존망의 시한폭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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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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