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졸업 계절이다. 한 과정을 무사히 마친 것이니 졸업은 마땅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상급학교로 올라 갈수록 학업부담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기에 축하가 아니라 위로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교육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느껴진다. 공부가 경쟁과 부담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즐거움이 되는 학교, 그 속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를 바꿔나가도록 더욱 힘써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가장 실감나게 느껴지는 졸업은 고등학교 졸업이리라. 12년 학교생활에서 가장 힘들었을 고등학교 3년 시간을 벗어나는 홀가분함이 클 것이다. 더 이상 교복도 입지 않게 되고, 무엇이든 자유의사로 할 수 있는 성인이 되는 것이기에 이전의 졸업과는 다르다. 자유와 권리가 늘어나는 만큼 책임과 의무, 스스로 짊어 져야 할 삶의 무게도 늘어날 것이다.

교복을 벗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며 조금 먼저 산 선배로서 몇 가지 바람을 이야기하려한다.

첫째, `나`를 찾아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것을 하며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이를 많이 먹고도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아직 우리 교육이 입시위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우리 사회가 삶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래서 자신을 찾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뜻에 따라 살아 왔다면 이제부터는 내 삶의 주인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뚜렷이 해야 한다.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둘째, `우리`를 돌아보자. `나`는 수많은 `우리` 속에 살아간다. 우리 가족, 우리 지역, 우리나라…. `나`를 찾기 위해서라도 `우리`를 돌아 봐야 한다. 내가 어디에 서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알아야 하고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좀 더 잘 살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 변화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면 기꺼이 참여하자. 우리가 살 세상은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만들어 주지 않는다. 바로 우리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역사를 보면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는 늘 청년이 있었다.

셋째, `실패`를 즐겨라. 청춘의 특권은 도전과 모험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가 봐야 아는 것이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잘 살아 나가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과 모험을 즐겨야 한다. 어린 아기가 걸음마를 할 때까지 수 만 번을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설 수 있는 근육을 키우고, 아프지 않게 쓰러지는 방법을 배우고, 균형감각을 익혀 마침내 걷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청춘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쓰러져도 괜찮다. 쉬었다 가도 괜찮다.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 잘 하지 못해도 괜찮다. 당당하고 뻔뻔한 청춘이 되자.

우리의 삶은 여행과 같다. 가고자 하는 곳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가는 과정 자체가 삶이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그곳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여행 과정에서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이사람 저사람 만나면서 얻는 경험과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과 감동을 놓치지 말라. 거기에 행복한 삶의 열쇠가 있다.

이제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나설 시간이다. 거기엔 수많은 길이 있고 그 길에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기에 더욱 설레는 여행길이다. 먼저 나를 찾아 떠나 보자. 그 동안 감추었던 청춘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롭게 날아보자.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최교진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