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포스텍 공동연구진 "뉴로모픽 발전 공헌 기대"

김태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김태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과 포스텍 공동 연구진은 실리콘기판 위에 형성된 1차원 인듐 원자도선 구조를 따라 움직이는 카이럴 솔리톤(chiral soliton)이 충돌할 때 규칙적인 상호전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다. 더욱이 이를 4진수 연산체계로 구현해 냄으로써 새로운 정보전달 및 연산소자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기술이 구현되면 기존 2진수 컴퓨터 성능을 훨씬 뛰어넘는 컴퓨터의 개발이 가능하다.

이전 연구에서 연구진은 인듐 원자도선에서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솔리톤을 발견하고 이를 `카이럴 솔리톤`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솔리톤이란 원자도선 양단이 서로 다른 위상상태일 때 생기는 그 사이의 경계를 말한다. 이 경계에 전자가 한 개씩 갇히게 되는데 선폭이 1나노미터인 원자도선에서 솔리톤의 방향성을 바꿔주면 전자를 한 개씩 이동시킬 수 있게 된다. 이를 활용하면 현재 1 비트인식에 필요한 수십-수백 개의 전자를 하나의 전자로 대체할 수 있다. 외부 간섭이나 충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위상학적 특성을 지닌 솔리톤이 전자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리톤의 안정성은 역설적으로 솔리톤에 정보를 기록하고 바꾸는 것을 어렵게 한다. 또 안정성으로 인해 솔리톤은 생성이나 소멸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세 종류의 카이럴 솔리톤 간 상호전환이 가능함을 최초로 밝혔다.

염한웅 단장은 "1차원 인듐 원자도선에서 다른 종류의 카이럴 솔리톤 간의 충돌을 통해 제3의 카이럴 솔리톤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였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발견된 카이럴 솔리톤 간 상호전환은 에너지적 상태로 인해 늘 일정한 패턴으로 이루어진다. 또 세 종류의 카이럴 솔리톤과 솔리톤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함께 조합함으로써 4진수 연산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한 소자와 컴퓨터가 구현된다면 현재의 2진법에 기반한 컴퓨터에서 보다 월등히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2진수의 경우 8비트는 256가지의 정보를 표현할 수 있는 반면, 4진수의 8비트는 6만 5536가지의 정보를 다룰 수 있다.

솔리톤의 위상학적 안정성을 활용해 이전 연구에서는 단전자 소자의 활용가능성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 연구는 저장된 정보의 안정성은 유지하면서 예측과 조작이 가능한 형태로 이 정보들을 변환할 수 있는 다진법 기반의 연산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새로운 정보처리기술을 `솔리토닉스(solitonics)`라 명명했다.

카이럴 솔리톤 소자는 다진법에 기반할 뿐 아니라 정보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첨단기술로 인공지능 시대의 신개념소자로 각광받고 있는 뉴로모픽 기술의 발전에도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므로 기존의 상용 소자기술과 쉽게 결합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신개념 차세대 소자와 인공지능기술 개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염 단장은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더 다양한 위상학적 연산을 구현해서 궁극적으로 위상학적 들뜸, 즉 카이럴 솔리톤을 이용한 정보전달 및 연산 소자를 구현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IF 18.791) 온라인판에 7일 게재됐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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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한웅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연구단장
염한웅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연구단장
카이럴 솔리톤 전환 개념도. [왼-카이럴 솔리톤(L) + 비-카이럴 솔리톤(A) = 오른-카이럴 솔리톤(R)]. 각 바닥상태를 기울어진 타원으로 표시했고, 다른 색을 가지는 바닥상태를 연결한 것이 카이럴 솔리톤이다. 맨 위쪽부터 아래쪽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솔리톤 전환을 묘사한 그림이다. 처음(맨 위 상황) 왼-카이럴 솔리톤이 있고, 오른쪽에서 비-카이럴 솔리톤이 접근해 오다가 두 솔리톤이 만나면(위에서 3번째 상황) 두 솔리톤이 공존하는 것보다 합쳐져서 하나의 솔리톤이 되는 것이 에너지가 낮아 최종적으로 오른-카이럴 솔리톤이 된다(맨 아래 상황). 이처럼 왼/오른-카이럴 솔리톤의 위상학적 상태를 비-카이럴 솔리톤을 이용해 바꿀 수 있어, 이를 활용한 정보전달 소자를 구현이 가능하다. 사진=IBS 제공
카이럴 솔리톤 전환 개념도. [왼-카이럴 솔리톤(L) + 비-카이럴 솔리톤(A) = 오른-카이럴 솔리톤(R)]. 각 바닥상태를 기울어진 타원으로 표시했고, 다른 색을 가지는 바닥상태를 연결한 것이 카이럴 솔리톤이다. 맨 위쪽부터 아래쪽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솔리톤 전환을 묘사한 그림이다. 처음(맨 위 상황) 왼-카이럴 솔리톤이 있고, 오른쪽에서 비-카이럴 솔리톤이 접근해 오다가 두 솔리톤이 만나면(위에서 3번째 상황) 두 솔리톤이 공존하는 것보다 합쳐져서 하나의 솔리톤이 되는 것이 에너지가 낮아 최종적으로 오른-카이럴 솔리톤이 된다(맨 아래 상황). 이처럼 왼/오른-카이럴 솔리톤의 위상학적 상태를 비-카이럴 솔리톤을 이용해 바꿀 수 있어, 이를 활용한 정보전달 소자를 구현이 가능하다. 사진=IBS 제공

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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