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information)와 지식(knowledge)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어서 구태여 그 뜻을 따질 필요가 없었던 낱말을 살펴보게 된 계기가 있었다.

10년 전에 기술자문을 목적으로 정부기관에서 2년간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사무 공간이 바뀌는 등 근무 환경이 변했지만, 일하는데 있어서 정보의 갈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각 주제별로 80% 이상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근무 환경이 정보 수집 방식에 큰 변화를 주었고, 정보화 시대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이전에는 정보의 보유량으로 지식을 가늠하기도 했다.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래서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끼리도 정보를 단속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과거와 달리 정보화 시대에는 원하는 정보를 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수집한 정보들을 목적에 따라 선별하거나 분류하는 일이 부담스러울 만큼 정보가 넘쳐난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정보의 속성과 활용 그리고 지식에 대해 곰곰이 짚어 보고 싶었다.

당시 읽은 자료들 가운데, 김종욱은 `지식에서 지혜로:지식기반사회에 대한 불교적 성찰`이란 논문에서 정보란 지각을 통해 주어진 데이터를 가공한 것이며 정보가 곧 지식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식은 무엇인가. 지식이란 자신의 관심이나 목적에 따라 습득한 정보를 이해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일련의 실천 활동을 포함해 지적 고뇌와 창조적 사고 과정이 수반되는 매우 주체적 활동이라 했다.

김종욱의 글이 모든 궁금증을 다 풀어준 것은 아니었지만, 지식을 정의함에 있어 `주체적 활동`을 대입한 점에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피상적으로는 정보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났지만, 지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정보인지를 판별하는 주체적 활동도 거의 비례해서 늘어난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가 자료를 작성할 때, 그 내용이 정부기관 문서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부분이 없었고 검색어를 연상할 때부터 확증편향이 개입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새롭게 봉착한 문제는 정보의 출처와 공신력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었고, 여기에 들어간 공력이 정보를 수집할 때 보다 더 많았던 적도 있었다.

과거에 비해 정보화 시대에는 개개인이 습득한 정보를 검증하고 수용하는데 감당해야 할 부담과 책임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없었을 때 우리는 주로 언론기관이 일방적으로 선별하거나 가공하여 제공한 정보를 가지고 세상사를 접하고 판단했다. 지금은 개인방송을 포함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매우 넓은 스펙트럼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정보 생산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지를 확인하기는 더 어려워졌으며, 그 것을 확인할 책임은 정보를 통해 지식을 얻으려는 주체의 몫으로 더 많이 전가되고 있다.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출처를 알 수 없는, 심지어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도 많이 접하게 된다. 모든 정보를 검증하고 종합해서 원하는 지식을 얻는 것이 옳다고 해도 항상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일이다. 개인이나 조직, 크게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비례해서 요구되는 지식의 양과 질이 달라질 것이고, 거기에 맞춰 해당 주체가 정보와 지식 사이에 사용할 주체적 활동 에너지를 조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영화 `명량`을 보면 배 위에서 칼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록과 이순신의 전술을 이해한다면 그 장면이 실제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량해전을 몰라도 일상을 사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입사시험에서 `명량해전과 이순신의 리더십을 논하라`는 문제가 나왔을 때 영화를 토대로 감상문을 써서는 안 되는 일이다.

참고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http://nsic.nssc.go.kr)`를 통해 원자력과 방사선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김인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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