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WEF)에서 화두로 제시된 후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주제다. `미래의 먹거리`라고 전 세계 국가들이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지만 사실 그동안 피부로 와 닿지는 않았다. 최근 많은 이들이 `4차 산업혁명`의 위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바로 `포켓몬고`다. 포켓몬고처럼 몬스터를 잡고 키워나가는 방식의 게임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기존 게임과 차이점은 오직 무대를 현실 세계로 바꿨다는 점이다.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시청 앞 광장이, 동네 공원이 게임 속 장소가 된다.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실제 내비게이션과 결합시키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약간의 융·복합만으로도 기존 기술들은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4차 산업혁명의 맛보기 정도일 뿐인데 포켓몬고는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당장 추위 속에 한산하던 대전시청 앞 광장이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덩달아 보조배터리 업체가 호황을 맞고 있다. 야외에서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쌀쌀한 날씨 속에 손을 쓸 일이 많아져 편의점에서는 핫팩 판매량이 배 이상 늘어났고 스마트폰 충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태양광 충전 배터리는 열 배 가까운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포켓몬고의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사이에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이 증강현실(AR)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여는 순간에 불과하다. 포켓몬고의 성공 덕에 AR이나 VR(가상현실) 기반 콘텐츠 개발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은 게임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맛집, 쇼핑 등 다양한 형태의 증강현실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대전시가 19대 대선 제안 공약으로 내놓은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육성`이라는 그림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카이스트와 국가연구시설이 집약된 풍부한 연구인프라, 대덕특구의 인적·물적 R&D 기반, 청년층이 많은 인구구성 등은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로서 최적의 환경이다. 한국 경제가 최근까지 성장세를 유지해온 데에는 1980년대 반도체 혁명에 승선한 덕이 크다. 대전시가 `4차 산업혁명 특별시`의 그림에 어떤 색을 칠해 나갈지 기대된다. 이용민 취재2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