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었다.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지만 아직도 추위는 매섭기만 하다. 다음 절기인 우수(2월 18일)와 경칩(3월 5일)까지는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춘이 지나면서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속속 예정돼 학생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할 것이다. 변함없는 24절기의 순환처럼 올해도 졸업시즌이 찾아왔다.

졸업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이 통과의례도 세월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1980-1990년대 졸업식 풍경은 전교생이 학교 강당에 모여 개회사와 국민의례 그리고 상장 나눠주기, 선후배간 송사와 답사, 교장선생님의 당부말씀 등이 일반적(?)이었다. 친구·가족과 찍은 몇 장의 사진도 천편일률적이기만 하다. 이어 가족들과 중식당으로 향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른바 `졸업빵`이라고 해서 간혹 학생 간 밀가루를 던지는 장면도 정겹게 느껴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학생들의 졸업식 이벤트가 무척 과격해졌다. 교복을 찢고 계란과 케첩을 뿌리는 등 강압적 졸업식이 급증한 것이다. 나아가 졸업식 뒤풀이가 폭력으로 이어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몇 년전부터 교육당국뿐 아니라 경찰에서도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졸업식에 대해 예방과 단속을 병행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서는 학생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이색 이벤트가 대거 등장하며 졸업식 문화도 건전하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졸업식 날 저녁 학생이 정 들었던 선생님들과 교실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지새우며 그동안의 추억을 되새기는 `1박 2일 졸업식`이 유명세를 탔다. 학교 운동장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노래를 부르고, 맛있는 고기를 구워먹다 보면 졸업식이 지루하고 슬프다는 선입견은 사라지고 유쾌하기만 하다.

`아침밥 챙겨 보내는 졸업식`도 이색적이다. 교사가 아침 일찍 등교해 졸업하는 학생을 위해 따뜻한 아침밥을 만들어 먹인다. 저녁 졸업식, 타임캡슐 보관, 음악회, 난타공연 등 학교마다 개성을 살린 이색 졸업식이 과거 눈물의 졸업식, 지루한 졸업식, 폭력적인 졸업식 문화를 바꾸고 있다.

희망찬 새 출발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올해 졸업식도 감동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즐거운 이벤트가 학교 곳곳에서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맹태훈 충남취재본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