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걱정하던 일이 실제 일어나고 말았다.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가 현실화 된 것이다.

우선지급금은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매입하고 미리 지급한 대금으로, 정산가격은 10-12월 평균 산지 쌀값을 조곡으로 환산해 이듬해 1월 결정된다. 정산가격이 우선지급금보다 높으면 그 차액을 추가로 주지만, 낮으면 환수해야 하는 구조이다. 지난해 벼 1등급 40㎏ 포대의 우선지급금은 4만 5000원이었으나 쌀값 하락으로 정산가격이 4만 4140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차액 환수가 불가피해 보인다. 2005년 공공비축제 시행 후 처음이다.

이와 함께 농업보조총액(AMS) 한도 초과 사태도 현실이 되었다. AMS란 농업보조금 허용기준으로 쌀 직불금(고정직불금, 변동직불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변동직불금은 AMS와 직접 연결된다. AMS를 초과하는 변동직불금은 지급할 수 없다. 2016년 우리나라의 AMS 한도는 1조 4900억 원이지만 소요액은 1조 5167억 원으로 한도를 267억 원 초과했다. 지속된 쌀값 하락으로 변동직불금 지급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변동직불금이 연간 AMS 한도를 초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남으로써 쌀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줄이면 간단히 해결될 듯 보이지만 쌀직불제, 농촌의 노동구조, TRQ 쌀수입, 남북한 정치상황 등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해법은 간단치 않다.

쌀값 하락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쌀 소비 확대와 쌀 생산조정제라는 두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사료용·복지용·가공용 쌀 공급 확대, 쌀 가공산업 활성화, 쌀 소비 촉진운동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의 식생활 구조가 20-30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역부족이다.

결국 쌀 생산을 줄이는 생산조정제를 통하여 쌀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 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에 따라 2016년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 3만㏊를 초과달성했으며 2018년까지 5만 2000㏊를 추가로 감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충청남도 전체 논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쌀과 관련된 악재가 엎친대 덮침으로써 농촌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미증유의 사태를 앞둔 지금 농업인, 정부, 농업관련 기관·단체가 서로 지혜를 모아 이 난국을 해쳐나가야 한다. 김기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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