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칠순이 노인세대를 상징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노인의 연령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고령화의 고민도 적지 않지만, 장수에 대한 기대와 소망은 누구에게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장수시대를 맞이하여 `일과 함께 하는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중장년층에게 새롭게 다가온 고민일 것이다. 청년층의 취업난에다, 어렵게 진입한 취업현장에서는 조기은퇴의 압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슬픈 현실이다. 100세 시대에 좀 더 오랜 기간, 보람을 찾으며, 인생의 후반부에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구직을 하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경력단절 여성들에겐 무한 고민 속에 빠트리게 된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자녀들은 다 장성하고 젊은 시절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일을 하고 싶어 이력서를 냈다고 말하더니 합격 연락이 올까봐 그것도 두렵다는 말을 하여 웃지 않을 수 없었던 일이 있었다. 새로운 도전은 누구에게나 긴장과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얼마 전 육아와 가사만 하는 여성들이 연속 3년간 감소추세를 보여 집에서 일터로 나오는 주부들이 이전보다 많아졌음을 보도되었다. 취업에 도전하는 40~50대 여성들의 연령대가 많아지고 있다는 보도도 앞으로의 100세 인생을 책임져 가야 할 자신의 선택이 적극적임을 알 수 있는 현상이다. 이는 맞벌이를 선호하고, 자녀들 양육과 교육에 필요한 경제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발전과 변화되는 사회 속에서 인생 후반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랜 세월 자녀를 양육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주부들은 이미 인간발달 분야에서 전문가이다. 임신과 출산, 영아기 아동기 성인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험들과 실습된 이론에 맞추어 자녀를 잘 키워냈는가를 보면 보육전문가로서 이미 60%의 자격증을 취득한 셈이다.

고령화, 저출산의 심각한 양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분야가 보육인데,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게까지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실제 많은 이들이 보육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아 성공에 이르고 있다. 저출산의 문제는 자녀 양육을 사회적 공익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일하는 엄마와 아빠들이 열심히 일에 전념할 수 있다면 해결돼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육이 중요하고, 특히 공공적 차원의 보육지원이 절실한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보육에 참여하는, 즉 어린이집에 종사하는 보육교사의 연령층이 전문대 이상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과 함께, 30대는 물론 40~50대 가정주부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원하는 많은 중장년층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개인적 만족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가르치는 학과에도 해마다 가정주부 출신 만학도가 줄을 잇는데,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만족도가 대단히 높아 교수로서의 보람이 크다. 가정주부 출신 만학도는 대개 중단했던 학업을 새로 시작한다는 부담을 안고 도전하지만, 자녀양육에 대한 경험을 이미 했고 목표가 뚜렷한 만큼 학업에 대한 몰입도와 성취도가 젊은 학생들 못지않게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만학도의 특성들은 학업을 하는데 있어서 학문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수월하고, 취업 후 어린이집 현장에서 보육교사로서의 역할도 매우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경영하거나, 국공립어린이집, 직장어린이집 등 다양한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대학원까지 공부하여 교사, 원감, 원장, 대학 강사로까지 일을 하고 있다. 누구엄마로 또는 할머니로 불리어질 자신들의 인생이 지금은 선생님, 원장님, 교수님으로 불리고 있어 전문가로서 매우 기분 좋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여성들의 출산과 양육경험은 결혼 후 자녀양육을 하며 아동학 분야인 현장실습을 먼저 학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영유아기의 이론과 교사로서의 인성교육과 보육 분야의 전공을 다듬고 학습하여 재도전한다면 우리의 인생후반은 분명 전문가로 다시 태어나 거듭날 수 있다. 100세 인생을 일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기회가 사회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장혜자 대덕대학교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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