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아메리카를 외치는 트럼프와 대한민국의 수도권 우선주의는 유사하다. 트럼프 전략은 `네 것은 내 것, 내 것도 내 것`이라는 놀부식이다. 먼저 `네 것은 내 것`은 폭풍 흡입이다. GM, 포드, 도요타, BMW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굴복했다. 국내 기업들도 겁먹고 있다. 삼성, LG는 현지 투자 압박에 미국으로의 공장이전을 검토중이다. 현대차는 31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GS칼렉스 등 석유화화 업계도 백기를 들 태세다. 트럼프 공포에 감당이 안 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트럼프가 글로벌 경제의 균형추를 흔들고 있다. `나를 따르든가, 떠나든가`.

`내 것은 내 것`이라는 미국 우선주의는 또 어떤가. `비정상 글로벌`을 리얼하게 목도하고 있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트럼프는 미국을 굶주린 늑대로 한순간 전락시켰다. 세계를 향해 으르렁댄다. 이민자의 나라가 이민자를 내쫓는다.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지 않는 주는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으름장도 놓는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는 무모함을 시도하고 있다. 고립과 폐쇄, 아메리카 우선주의로 미친 듯 내달리고 있다. 정녕 `굴종의 시대` 도래인가. 트럼프의 철부지 행동은 16-18세기의 유럽에 번졌던 인클로저 운동(사유지 울타리치기운동)을 상상케 한다. 귀족과 영주들이 더 많은 양모를 얻기 위해 농민을 농토에서 내쫓은 것처럼 이민자들의 신세도 이와 다를 바 없다. 토마스 모어는 "양은 보통 온순해서 조금밖에 먹지 않지만 지금은 게걸스럽고 포악해져 사람들까지 먹어치운다"고 묘사했다. 포악해진 미국은 이민자를 내쫓고 기업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려 포효하고 있다.

대한민국 `북위 37.5-38도`는 수도권공화국이다. `트럼프식`이 전개되고 있다. `수도권 우선주의`라는 거다. 수도권 장벽이 형성되고 있다. 윗쪽엔 70년이 다 되가는 38선 철조망이, 경기 이남의 아랫 쪽엔 수도권 벨트라는 또 다른 장벽이 건설되고 있다. 위쪽은 개성공단을 오가던 육로가 폐쇄됐고, 아래쪽 북위 37.5도 지점에는 수도권 우선 정책이라는 울타리가 쳐지고 있다. 한국형 인클로저 운동이다. 인구 절반이 넘는 수도권 장벽이 아래 위로 견고하게 구축되고 있다. `네 것은 내 것`이라는 반(反)전국화다. 지난해 말 박대통령 탄핵정국 와중에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 완화는 그 절정판이다. 해외 유턴 기업의 세제 혜택을 수도권까지 확대한다는 거다. 지방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았다. 수도권 의원이 과반을 넘으니, 무사통과다. 말로는 국가 경쟁력이 떨어져서란다. 이 나라는 예나 재나 국가 경쟁력 해법을 수도권에서 구하고 있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여태 이 수준이다. 수도권 과밀화에 중독됐다. 식탐증에 단단히 걸렸다. 게걸스럽게 먹어치워도 헝그리 수도권 공화국이다.

봄 대선정국에 수도권 규제 철폐와 지방분권형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세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헌법정신이다. 헌법에 역행하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당장 중단하라는 촉구다. 지방은 지금도 충분히 `고생`스럽다. 기업은 안 오고 사람은 준다. 일자리도 없다. 지방 옥죄기는 더 심해졌다. 지자체 맘대로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바꾸면 교부세 삭감으로 벌을 내린다. 유사 중복사업은 `정비권고`라며 즉결 삭감 대상이다. 허튼짓 말고 시키는 대로 따르라 윽박지른다. 트럼프처럼. 지방정부 육성은커녕, 종속관계, 예속을 더욱 공고히 했다. 자주권이란 게 뭐 있기는 한가. 지방정부란 말은 예전에 사문화됐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사무 지방이양은 단 한 건도 없다. 재정도 고사위기다. 지방자립도는 2007년 53.6%에서 2016년 46.6%로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도착액 165억 달러 중 49.7%에 해당하는 82억 달러가 서울에 편중됐다. 나머지 16개 광역시·도의 평균은 3.1%에 불과하고 경기, 인천을 빼면 절망적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굿판을 벌이며 생긴 비정상의 결과다. 운동장은 더 기울었다. 그러고도, 창조경제로 지방을 육성하겠다니 철모를 변덕이다. 그러고도, 수도권 과밀 캠페인에 올인한단다. 지방이 있어서 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의 망각수준이다. 수도권의 낙숫물로 목젖이나 축이란다. 정말 서글픈 건 지방은 이미 인구절벽으로 지방소멸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이찬선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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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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