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간호사가 맡는 환자의 수가 너무 많고, 또 업무가 힘들다 보니 간호사들이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의료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환자들과 씨름하는 일선 간호사의 이 말 한마디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국내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주고 있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나이팅게일 선서 中)`라며 간호사로서의 책무를 다짐 했지만 그들이 얻은 것은 과중한 업무, 그리고 자신의 삶을 잃은 생활이다.

지난 2013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 인력은 5.2명으로, OECD 34개 국가 중 29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OECD 국가 평균 9.1명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인구 대비 간호 인력이 가장 많은 국가인 스위스(17.4명)는 우리나라의 세 배가 넘는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마치 우리나라의 간호인력 공급이 스위스 보다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 당 간호 졸업자 수는 112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간호학과 졸업자는 인구 10만명 당 40명으로 스위스 등 선진국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간호 인력의 공급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속되는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의료계 관계자들은 열악한 근무조건과 업무과중으로 인한 간호사들의 높은 이직률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삶을 영위할 여유가 없는 3교대 근무 시간은 물론 병원 급 별로 큰 차이가 나는 급여 때문에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또 이러한 현상은 규모가 작은 병원 등의 간호사 구인난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 숙련 간호사 확보 및 이직 방지, 간호 법·제도 발전, 방문간호 분야 활성화 등 지난해 발표된 대한간호협회의 5대 정책과제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환자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행복한 간호사가 보여줄 행복한 의료서비스를 기대해 본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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