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을 고기에게 제일 먼저 작살을 던질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선장이 쓰킨보를 들고 갑판 위에 나섰다. 3.4m쯤 되는 막대기 끝에 작살이 달려 있는 원시적인 무기였다.

일본의 어업은 상당히 발달된 선진적인 어냅을 쓰고 있었으나 일본 어부들은 새치잡이에는 그런 전통적인 어법을 유지하고 있었다.

길이가 4m쯤 되는 거대한 흑새치가 바로 배를 보고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왔다. 흑새치라고 하지만 사실은 짙은 청색이었으며 푸른 파도를 가르면서 돌진해오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새치가 30m까지 돌진해오자 선장이 쓰킨보를 들어올렸다. 거리가 20m가 되면 쓰킨보를 던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30m까지 돌진해오던 새치의 모습이 갑자기 없어져버렸다.

무슨 일일까. 새치는 어디로 갔을까.

선장이 고함을 질렀다.

"놈이 배 밑으로 들어갔어."

그런 것 같았다. 수면에서 돌진해오던 새치가 갑자기 잠수하여 배 밑으로 들어가버렸다.

배 밑으로 들어간 새치는 배 밑을 통과하여 배 저쪽으로 떠올랐다. 놈은 부리에 뭣 인가 큰 물체를 찔러 놓고 있다가 급히 그걸 빼내고 도망갔다. 새치에 찔렸다가 떨어져나온 물체는 문어였다. 그 근처 바다 밑에 사는 대왕(大王)문어였다.

대왕문어는 한쪽 발길이가 4m나 되는 거대한 문어였는데 전날 폭우로 바다 중층으로 떠오른 아구 가재미등을 잡아먹으려고 바다 중측으로 올라왔다가 새치에게 발견되어 희생이 된 것 같았다.

"이런 빌어먹을 일이 있나."

그 통에 새치를 놓친 선장이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홧김에 쓰킨보를 쥐고 바다로 뛰어들어갔다. 그것도 무모하고 위험한 짓이었다. 그렇게 되면 쓰킨보선은 바다에 빠진 선장을 그냥 두고 그대로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는데 바다에 빠진 선장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나가는 배는 적어도 30분이나 되어야만 방향을 돌려 구조에 나설 것이었는데 그동안 바다에 빠진 사나이는 무사할까.

그 선장은 홧김에 문어라도 잡으려고 그런 짓을 했는데 그 바다에는 상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다른 새치들도 있었다. 선진 어부는 죽어가는 문어를 상어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런 짓을 한 것 같았으나 그 자신이 상어의 밥이 될 지도 몰랐다.

다행히 선장의 적절한 지시에 의해 쓰킨보 배는 최대한 빨리 뱃머리를 돌려 상어들보다 먼저 선장을 구출했다. 구출된 선장은 그래도 대왕문어를 꽉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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