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하우 아 유!

아는 사람 없는 버클리 거리에서

누군가 친근하게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얼른 돌아보니

따뜻한 날씨에도 겨울옷을 입고

때 묻은 이불을 들고 다니는 홈리스였다.

지나가는 아무에게나 말을 걸면서

열심히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그 말은 지나가는 누구의 귀로도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 쓸모가 없어 말의 기능을 잃은 말.

성대의 울림과 혀의 발음으로 겨우 버티는 말.

지나가는 이들을 건드려보지만

걷는 속도에 부딪쳐도 힘없이 나동그라지는 말.

듣는 이 없어 모든 허공이 귀가 되는 말.

고막들이 자물쇠처럼 굳게 채워져 있는 수많은 귓속에서

몇 가닥 발음으로 겨우 말이 되려는 말.

무시하고 바삐 걸어가는 행인들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가볍게 튕겨냈어야 할 그 말을

나는 그만 듣고야 말았다.

버클리 주변을 걸어가면 가끔 곁에서 말을 걸어오는 외국인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홈리스들로 그들조차 대꾸를 바라고 하는 말은 아닌 듯한데. 대개 익숙해진 뒤에는 그저 돌아보지 않고 지나가고. 더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쏘리, 쏘리를 뇌이면서 지나기 바쁘지만. 시인은 그만 눈길 돌려 그 사내와 눈동자 마주쳤던 모양이다. 옳다구나 신기한 듯 그 사내 흰 이를 드러내 웃으며 다음 말을 이어갔을 것. 하루에 몇 번일지 이런 반응의 대상을 향해서 얼싸 좋구나 하고 그는 뜬금없는 말을 던져대겠지. 버클리에는 이렇게 수취 거부의 말들이 하릴없이 공중을 떠돌다 튕겨져 나가 풀잎에 앉아 한밤 별빛에게 말을 거는지 모른다.

말의 낚시라고 할까. 말의 화살이라 할까. 그러나 이런 말들은 상대를 해치지는 않는다. 그저 그는 심심하고 무료해서일 뿐. 자신의 전존재를 그저 몇 마디 속에 실어 보내며 하루 종일 길 가는 사람들 등 뒤로 말의 낚시 줄 던지고 화살을 날린다. 그러다 걸리는 상대에게 흰 이를 드러내고 준비 없는 말 이어갈 뿐. 시인은 하마터면 그의 어둠을 알아보고 반가워서 그에게 가 말을 붙일 뻔 했다고 하니. 누구나 버클리에 처음 오면 이 난감한 풍경과 먼저 악수해야 한다.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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