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집을 떠난 나그네는 부지불식간에 자꾸만 느슨해지는 마음을 추슬러 다잡지 않으면 자칫 불미스러운 위기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한 지인은 "우리 애가 여러 명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서 안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러 명이 함께 한다고 자칫 방심하면 큰코다칠 수 있다.

해외여행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근본원인은 여행목적에 대한 철두철미한 사전정보 파악과 낯선 외국인에 대한 경계태세의 결여에 있다. 해외여행 안전관리의 제1수칙은 여행지에서 현지인들이 건네는 음료수는 이유 불문하고 마시지 않는 것이다. 그 안에 누군가 나쁜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다량의 수면제를 넣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여행지에서 가장 빈번하게 당하는 게 소매치기다. 중·서·동유럽과 동남아 일대에서 활약하는 소매치기들 사이에서는 `유독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현금이 많다`고 알려져 늘 표적이 돼왔다. 이를 아는 여행자들은 가능한 현금 보유를 극소화하거나 여러 곳에 분산해 보관하고자 애를 쓴다. 아울러 여행지의 현금인출기에서 필요한 만큼의 현금을 찾아 쓰고자 국제공용 체크카드를 준비해 나가기도 한다. 지구촌 소매치기 범들은 2인1조로 움직이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지나는 여행자의 소지품을 노리므로 늘 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적한 곳에서도 이들은 우연을 가장해 타깃으로 삼은 여행자의 옷에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또는 페인트와 샴푸 등을 엎질러 여행자가 당황해 허둥거리는 순간 금품을 빼앗아간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여전히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제각각 아웃도어 의류 패션쇼를 하듯이 눈에 띄는 복장으로 여행을 하다 보니 해외 범죄자들의 이목을 모은다. 제 아무리 고수 여행자라 하더라도 여행자는 현지실정에 익숙하지 않은 나그네에 불과하다. 더더욱 여행자는 현지 체류기간이 짧아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기가 여의치 않다. 신고한다 해도 곧바로 귀국해야 하므로 끝까지 범죄자와 맞서기 어려워 해외범죄 조직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러므로 해외여행 위기관리에서 `돈 많아 보이면서 객기에 사로잡힌 한국인 여행자`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도·필리핀·중국·이집트 등 치안이 불안한 여행지에서는 일몰 후에 외출을 삼가고 낯선 골목이나 한적한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는 게 지혜롭다. 사실 고수 여행자들도 잠시 마음이 풀어지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 호객행위 야바위꾼에 꼬여 유흥업소에 들어가곤 한다. 이 경우 예외 없이 정상가격의 50~100배 이상의 천문학적 금액이 청구돼 보유 현금은 물론 신용카드 한도금액을 몽땅 빼앗기고 만다. 이와 관련해 해외 여행지에서 말끔하거나 화려한 차림으로 유창한 국제공용어(영어)를 구사하면서 접근해 오는 현지인은 무조건 `노(No!)`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피하는 게 상책이다. 자고로 지나친 친절 이면에는 치명적인 유혹의 독이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남자들은 숙소 로비에 앉아 호시탐탐 미소를 지어보이며 여행자를 지속으로 유혹하는 현지 여자들에게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달콤한 유혹에의 끌림 그 뒤끝은 언제나 처절한 후회와 한탄으로 남기 마련이다.

끝으로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일은 공항에서 낯선 사람이 다가와 수고비를 주겠다며 짐을 대신 운반해달라고 간청하는 경우에도 무보건 거절하는 게 상책이다. 그 안에 마약 등 불법물건이 담겨 있어 일순간에 범법자로 전락해 패가망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약 소지자를 신고하면 보상금을 지불하는 나라에서는 마약 판매자가 여행자에게 마약이 든 포장물품을 맡기고 나서 신고하기도 한다는 것을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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