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빠르면 오늘오후부터 민족대이동이 시작된다. 그런데 전국 각지에 있는 고속·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결코 웃을 수 없는 슬픈 촌극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 촌극의 주인공은 바로 고향으로 가기 위해 버스표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 가는 고속·시외버스를 탈수 없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이다. 한 명의 소비자로서 당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버스표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탑승을 거부당해 고향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안타까운 현실, 현 사회의 비상식적이고 철저하게 비장애인 중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4조에서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어도, 또한 더 나아가 교통약자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에서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어도 중증장애인과는, 중증장애인의 삶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중증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해서 "장애인이 이동하기 편리한 도시는 비장애인도 이동하기 편리한 도시다!"라는 구호를 쉽게 접하게 된다. 이는 장애인을 위한 교통정책 및 보행환경 개선이 결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관점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격년으로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대전시의 경우 지난 14년도 실태조사결과 울산을 제외한 6개 특별시·광역시 중 4위를 차지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특별교통수단 보급률 및 이용률에서 6위, 교통약자 관련 보행환경 분야 평가에서 5위, 고령자 및 어린이 사고율에서 4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현재 대전시의 교통약자 교통 및 보행환경은 전국적으로 비교했을 때 양호하지 않은 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다행인 점은 최근 대전시가 `2030 대전 그랜드 플랜`을 발표하면서 2030년 대전의 모습과 관련된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목표 중 하나로 `무장애 이동환경 조성`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특별교통수단보급`, `유니버셜 디자인 적용확대`를 핵심전략으로 제시했다. 이와 같은 대전시의 마스터 플랜 및 청사진은 매우 의미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마스터 플랜과 청사진이 장애인과, 장애인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려면 반드시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 점검, 평가 및 환류작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대전시는 제2차 `대전광역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과 제1차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기본계획`을 14년에 수립하여 18년까지 집행 중에 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이와 같은 중장기 계획의 성공적인 집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계획이 단순히 계획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계획대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남은 2년 동안 대전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중장기 계획에 대한 점검, 평가 및 환류작업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이용자인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여 최대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전시의 경우 장애인의 이동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큰 예산을 투자하여 장애인 콜택시 관제시스템을 도입 및 운영하였다. 그런데 장애인의 삶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제시스템을 도입 및 운영하여 중증장애인과 가족들의 민원이 폭주한 사례가 있었다. 이는 아무리 좋은 계획일 지라도 이용자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계획은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필자는 대전시가 전국에서 모범적인 장애친화도시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2030년에 대전시가 무장애 이동환경이 조성된 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대전시가 이동편의 증진계획과 보행안전 및 편의 증진계획의 성공적인 집행을 담보해 주길 기대하며, 더 나아가 모든 관련 계획을 수립 및 집행함에 있어서 이용자인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의 삶과 현실을 최대한 반영한 `이용자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는 대전시가 되길 기대한다. 김동기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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