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키가 나타나면 선원들과 싸움이 벌어질 것이었는데 그 싸움의 승패는 알 수 없었다.

싸움이 벌어지면 가지키는 바로 쓰킨보선을 향해 돌진해 올 것인데 3m나 되는 공중을 날라오는 녀석을 피할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얼른 선실 안으로 도망가거나 갑판 위에서 납작하게 엎드리는 방법뿐이었는데 갑판 위에 엎드렸다고 생명이 보장되지는 않았다. 공중을 날던 가지키는 갑판 위에 사람이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하면 급강하를 하여 부리로 내리찍었다.

나흘째 되던 날 옆으로 뒤집어진 마구로 잇뽄쓰리배(참치 회줄 낚시배)를 발견했다. 홀로 바다에 나가 참치를 낚는 자그마한 목선이었는데 그런 배를 타고 몸무게가 200kg나 되는 참치를 낚아 올린다는 것은 극히 위험한 짓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어부들은 서슴없이 그런 짓을 했다. 거기서 참치를 낚아 올리면 거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거래된 참치는 바로 동경이나 대만등 큰 도시의 고급 요리점으로 운반되어 신선한 회나 스시 또는 덮밥으로 손님들에게 제공되었다. 일본의 식도락가들은 그런 신선한 참치요리를 좋아했다.

그런데 그때 옆으로 뒤집어진 참치 잡이 배 옆으로 또 다른 참치배가 붙어 있었다. 그 배는 뒤집어진 배에 타고 있던 선원을 구조한 다음 그 배에 타고 있던 선원의 낚싯줄에 걸려 있던 참치를 그대로 인계 받아 끌어올리고 있었다.

일본의 어부들은 그렇게 억척 같았으며 한 번 낚시에 걸린 참치는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쓰킨보 배의 선원들은 난파선 옆에서 계속 마구로 낚시를 하고 있는 선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만을 하고 그대로 그곳을 지나갔다. 쓰킨보 배는 그 배의 구조상으로 난파된 다른 배를 구조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마구로잡이 배는 마구로를 잡고 가지키 잡이 배는 가지키만을 잡게 되어 있었다.

항구를 출항한 지 닷새째 되던 날 그 쓰킨보선은 폭풍과 폭설을 만났다. 폭풍과 폭우는 예고도 없이 불어닥쳤다. 위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파도 사이에서 부침하고 있던 쓰킨보는 이제는 다시 떠오를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선장이 폭우를 덮어 쓰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오냐, 잘 되어가고 있다."

선장은 그 위기를 환영하고 있었다. 폭풍과 폭우가 불어닥치면 그동안 바다 밑에서 살고 있던 문어 낙지 가재미 등이 바다의 중층 또는 상층으로 떠올라 오기 때문이었다. 태풍 뒤에는 풍어가 온다는 일본의 속담과 같았다.

그러나 다니엘 교수가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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