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대통령이 발 빠른 보호무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 이틀 만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공식화한데 이어 다음날인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취임선서가 끝나자마자 공약이행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대선당시 "나프타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재앙"이라며 "당선되면 재협상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TPP역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며 탈퇴를 약속했었다.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겼던 트럼프의 대선공약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을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일련의 조치는 트럼프의 '취임 후 100일 계획'에 따른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조만간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중국산에 대한 고율관세가 뒤따를 전망이다. 그 다음이 '불공정 무역협정 철회'인 만큼 한·미FTA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 나프타 재협상은 1차적으로 멕시코가 희생양이 되겠지만 한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은 180개가 넘는다. 이들은 나프타를 통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을 할 목적으로 진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칫하다간 재협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 한국기업이 될 수도 있다. "국경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한마디에 이미 포드, GM, 도요타 등 글로벌기업들이 멕시코 공장 신·증설 대신 미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단순한 협박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미국의 정책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대선당시 트럼프는 "한·미FTA로 미국내 일자리 10만 개가 날아갔다"고 불평을 했다. 나프타에 이은 다음 협상카드로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한·미FTA가 흔들리면 국내 일자리 13만 개가 사라진다는 분석이 있다. 마냥 지켜만 보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의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