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부에 까르카손이라는 고풍스런 도시가 있다. 유적지에 대한 복원이 크게 유행했던 19세기에 연구를 바탕으로 일부 상상을 곁들여 복원된 역사도시이다. 원형에 대한 고증 없이 복원됐다고 해 198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했지만 1997년에 다시 심의할 때에는 그 역사성을 인정받았다. 복원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 어느 특정시기의 모습을 다시 그 위치에 만들어보는 것, 우리는 그것을 복원이라고 부른다. 현재는 석조기단만 남아있는 고도 경주의 황룡사지에 천년 전 건축물의 모습을 찾아내어 세우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많은 이들이 익산 미륵사지나 부여 정림사지 등 고도 곳곳에 폐허로 남아있는 유적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시대에 복원한 모습도 백년이 지나면 문화재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복원을 통해 고도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지역에 경제적 소득이 증가할거라 믿는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복원을 하면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것이므로, 절대 복원은 안 된다고 단언한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들 주장을 뒷받침할 탄탄한 근거 없이 모두 복원에 대해 단편적이고 이분법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복원은 우리가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이다. 과거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가능할 지도 미지수이고, 실제 복원을 하려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때문에 결정하기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사항들이 많다. 무엇보다 복원이 고도의 유적을 위한 적절한 선택이 되려면 `왜 복원이 필요한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복원의 타당성은 사회적·경제적·역사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검토된 것이라야 한다.

특히 고도처럼 삶의 공간 안에 파편으로 남은 곳을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면 복원이 고도가 지닌 다양한 가치를 유지하고, 새로운 가치와 정체성을 담아내며, 지역사회와 국민의 삶에 긍정적인 혜택을 줄 것인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만약 복원의 타당성을 국제사회에 이해시킬 수 있다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나아가 본래의 자리에 물리적으로 건축물을 세우는 것 말고도 과학기술과 다양한 매체로 우리의 가슴속에 옛 모습과 가치를 새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부여군이 올해 추진하는 ICT 기반의 가상복원이 나성과 능산리 고분군의 과거모습을 우리에게 감동적으로 보여주리라 기대해 본다. 이수정 문화재청 고도보존육성과 학예연구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