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233호)인 건재고택의 문화재청 매입으로 외암민속마을 관광 활성화를 고대했던 주민들은 매입 무산에 울상을 짓고 있다.

2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재청은 건재고택 매입을 위해 국비 36억 원을 편성하고 경매물건으로 나온 건재고택을 경매에서 낙찰받아 매입 후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관리를 맡겨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미와 건축미가 뛰어난 건재고택의 국가 매입이 성사되면 짚풀문화제 등 특정 시기에만 잠깐 개방하던 건재고택의 상시개방도 가능해 건재고택 방문객 증가는 물론 외암민속마을 관광활성화에도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문화재청의 건재고택 매입은 지난해 후반기 돌발변수로 좌초됐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진행중인 건재고택의 경매는 낙찰자가 없어 지난해 두 번 유찰된 가운데 조모씨가 경매집행에 이의가 있다며 건재고택의 주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2016년 7월 27일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이 소송으로 건재고택 경매는 지난해 8월 이후 전혀 열리지 못한 채 지금까지 중단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건재고택을 국가가 매입해 활용하기 위해 어렵게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소송으로 지난해 경매가 진행되지 않아 답답했다"며 "소송이 언제 끝날지도 몰라 올해는 건재고택 매입 예산을 편성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소송이 끝나 경매를 개시해도 건재고택 경매 참여와 매입은 그때 다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사실상 매입 계획 백지화를 시사했다.

아산시와 지역 국회의원 등 지역사회가 수년간 줄기차게 요구해온 건재고택의 국가 매입이 돌출적인 소송 제기로 무산되자 주민들은 낙심했다.

외암민속마을보존회 이준봉 회장은 "국가가 하루빨리 건재고택을 매입, 제대로 관리해 외암마을 위상을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를 열망했는데 안타깝다"고 한숨 셨다. 이 회장은 경매진행에 차질을 빚어 문화재청의 건재고택 매입 무산 요인이 된 조씨의 소송 제기 배경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조씨는 건재고택의 전 소유주인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친구로 건재고택 정원수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19-6에 소재한 건재고택은 조선 후기 대학자인 외암 이간 선생이 태어나고 건재 이상익이 1869년 지은 고택으로 146년 역사를 지닌다. 건재고택은 후손의 빚 때문에 소유권이 2009년 미래저축은행으로 넘어갔다. 건재고택은 그 뒤 수백 억 원의 고객 돈을 빼돌려 수감 중인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지인들을 초청해 흥청망청 여흥을 줄기는 술자리 파티장으로 전락했다. 미래저축은행이 부실대출 등 각종 비리로 직격탄을 맞은 뒤에는 2012년 4월 경매물건으로 제출되는 비운을 맞았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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