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설일 것이다. 명절이라는 말과 함께. 오죽했으면 까치에게도 설날을 부여했을까. 설 전 날은 마을 동구 밖에서 선물 꾸러미 안고 걸어오는 손님을 보고 까치는 요란스럽게도 울어댔다. 하여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지. 그러니 바로 그 날이 까치에게는 설날이 아니었을까. 우리 어린 날은 설 때가 되어야 옷 한 벌을 부모님께 선물 받았다. 허리께에 복주머니 차고 적은 세배 값으로 용돈이라도 손에 주어볼 수 있었다. 바로 그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전국에서 고향을 찾아 오가며 겪는 귀성 인파 속 고된 몸살을 감내하면서도 사람들 줄줄이 뒤를 잇는 것이다.

설날, 이 말처럼 정겨웁고 신이 나는 말이 따로 있을까. 명절에는 눈 덮인 마을길로 설빔을 입고 걸어 들어 오던 마을 사람들. 그들은 외지에 머물며 고향을 그리워하던 만큼 선물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사이에 서민들은 설 차례 상을 차리기에 물가를 걱정하고. 다가올 한해의 살림살이를 두려워하게 되었으니. 그래도 이번 설은 좀더 반갑게 맞이하자. 설날을 얼마나 반갑게 맞이하느냐는 한해의 운수와도 통하는 것이니. 그게 바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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