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일부 충북 의원들이 설 연휴를 전후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지 선언과 동시에 탈당하는 문제를 놓고 물밑에서 고심중인 모양이다. 설 민심을 염두에 뒀을 때 설 전에 보따리를 쌀 가능성과 아니면 설을 보내고 나올 가능성이 반반으로 나뉜다. 다만 대체로 뜸을 들일 때는 내부 조율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며, 때문에 엉거주춤한 상태로 시일을 보낼 경우 설 전인 이번 주 탈당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새누리당 소속 충북 의원은 5명이고 이들 중 박덕흠·이종배·경대수 의원 등 세명이 탈당 방침을 굳힌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을 빼면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정우택 의원과 권석창 의원 두명이 남는다. 정·권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그동안 여러 기회에 반 전 총장 측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지금 새누리당에 머물러 있는 처지에서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미련없이 방을 뺄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그들이 설 연휴를 기준점으로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는데,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면 소심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지역프레임과 역효과 우려가 있기에 다른 지역 의원들이 동참한다면 운신하기가 덜 부담스러울 수 있겠으나 냉정히 말해 그 또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에서 31명 의원이 빠져나갔다. 딴 살림을 차린 그들은 오늘 바른정당을 공식 창당한다. 충북 세명 의원의 경우 그쪽으로 옮길 의향은 없는 것 같고 오직 반 전 총장만 주시하고 있다. 이렇게 세 의원들의 갈 길이 일찌감치 결정된 것이나 마차가지라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게 정치도리에 맞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반 전 총장에 힘을 보태려면 시작 단계부터 합류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충북은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로 인해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는 지역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거의 선택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리 저리 재 보았자 뾰족한 길은 안 나온다. 겁이 나면 접으면 그만이고, 그게 아니라면 뛰쳐 나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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