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현대사에는 다양한 정당이 존재했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정치활동을 돕는 정당은 그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거나 곧 소멸되기도 했다. 특히 정당들은 당시 국민들의 염원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국민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당명을 내세웠다.

1963년 창당된 추풍회(秋風會)는 정당명으로는 다소 의아하게 보이지만 정책빈곤을 당시 상황의 문제점으로 보고 서민정치를 표방한 정당이었다. 주요 정책을 보면 대통령의 권한 축수와 국무회의의 권한 강화로 권력을 분산시키고 행정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자치제 실시 등으로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했다. 5대 대통령 선거에서 약 40만 표를 얻었고, 국회의원 한명 배출하지 못했다.

1960년과 1970년대에는 `민주`, `자유` 등의 명칭을 사용한 정당들이 많이 등장했다.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과 군부독재 시대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등이 정당명칭에도 고스란히 녹아 내린 것을 볼 수 있다.

군부독재시대가 이어진 1980년대와 1990년에는 `통일`과 `한국`, `민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정당들이 생겨났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통일에 대한 열망이 높았고 국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은 단어들을 즐겨 사용했다. 여기에 노동과 민중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하나 둘 씩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들어냈다.

2000년대에 들어선 다양한 계층과 다변화된 사회를 반영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은 시기로 정리할 수 있다. 새롭다는 뜻의 `새`, `신`과 같은 단어가 유독 정당명칭에 많이 사용된 시기가 바로 2000년대이다. 또 노년을 위한 정당, 환경을 정당의 주요 정강정책으로 꼽는 정당, 복지와 개혁, 소상공인, 실향민, 위안부 등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정당들이 생겨났다. 정당명은 이처럼 그 시대를 대변해 왔다. 물론 이런 군소정당들이 모두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시대적인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역시 환골탈태를 위해 당명을 변경하기로 했다. 문제는 당명만 변경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가 무엇인지 담아내기 위해선 당명보다는 구성원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상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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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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