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8월 영국의 해양동물 전문학자인 다이엘 교수는 일본의 이즈 반도에 있는 어항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본디 의사였으나 외항선의 선의가 되어 돌아다니다가 그만 바다의 고기에 흥미를 느껴 그만 바닷고기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구로(참치)와 가지키(새치)를 잡는 어선 선장의 부탁을 받고 항구에 있는 자그마한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수술대에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의 선원이 누워 있었다. 한 사람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고 다른 한 사람도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은 중상이었다.

이미 숨져 있는 선원의 가슴에는 주먹만한 구멍이 나있었다. 흑새치의 긴 부리에 찔린 상처였다.

"어떻게 된거요."

새치를 전문으로 잡은 쓰킨보(작살)어선의 선장이 말했다.

"좀 무리를 했어요. 흑새치의 힘을 잘 모르고 함부로 싸우다가 저 꼴들이 되었어."

그때 쓰킨보 어선의 감시대에 있던 두 사람은 바로 30m쯤 앞에 거대한 새치의 등지느러미가 이쪽을 보고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배를 그쪽으로 몰면서 돌진했다. 맞받아 칠 계획이었다.

그게 실수였다. 그들은 상대가 어떤 적인지를 잘 몰랐다.

본디 새치라는 고기는 사나운 고기였으나 흑새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나운 괴물이었다. 흑새치는 몸길이가 4m였고 1m나 넘는 창 같은 부리를 갖고 있었다. 놈은 바다의 난폭자였다. 시속 30㎞를 달리면서 2m 높이로 날아오르는 괴물이었다. 그렇게 돌진하다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면서 앞을 막고 있는 적을 찔러 죽였다. 상어든 고래든 상관없이 그 창 같은 부리로 찔러 죽였다. 물론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쓰킨보선에 타고 있던 두 사람의 젊은 어부는 그런데도 무리를 했다.

쓰킨보선이란 기묘한 어선이었다. 서양사람들은 그 배를 아프리카의 기린과 닮았다고 기린배라고 불렀는데 사실 그 배는 모습부터 기린과 닮았다. 기린의 기다란 목처럼 높은 감시대가 뱃머리에 있었는데 그 높은 감시대가 선체와 잘 조화가 되지 않아 배가 속력을 내고 갈 때는 마치 기린이 달리는 것처럼 끄떡끄떡 어색했다. 금방이라도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았은데 새치 잡이 선원들은 그런 위험스러운 배에 타고 있었다.

그 선원들은 소위 쓰킨보라는 작살을 갖고 있었는데 쓰킨보는 4m쯤 되는 막대기의 끝에 작살을 붙여 놓았고 작살에는 줄을 묶어 놓았다.

선원들은 높은 감시대 위에서 새치를 발견하면 추격을 하면서 그 작살을 던져 새치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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