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마구로(참치)와 가지키(새치)를 잡는 어선 선장의 부탁을 받고 항구에 있는 자그마한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수술대에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의 선원이 누워 있었다. 한 사람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고 다른 한 사람도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은 중상이었다.
이미 숨져 있는 선원의 가슴에는 주먹만한 구멍이 나있었다. 흑새치의 긴 부리에 찔린 상처였다.
"어떻게 된거요."
새치를 전문으로 잡은 쓰킨보(작살)어선의 선장이 말했다.
"좀 무리를 했어요. 흑새치의 힘을 잘 모르고 함부로 싸우다가 저 꼴들이 되었어."
그때 쓰킨보 어선의 감시대에 있던 두 사람은 바로 30m쯤 앞에 거대한 새치의 등지느러미가 이쪽을 보고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배를 그쪽으로 몰면서 돌진했다. 맞받아 칠 계획이었다.
그게 실수였다. 그들은 상대가 어떤 적인지를 잘 몰랐다.
본디 새치라는 고기는 사나운 고기였으나 흑새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나운 괴물이었다. 흑새치는 몸길이가 4m였고 1m나 넘는 창 같은 부리를 갖고 있었다. 놈은 바다의 난폭자였다. 시속 30㎞를 달리면서 2m 높이로 날아오르는 괴물이었다. 그렇게 돌진하다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면서 앞을 막고 있는 적을 찔러 죽였다. 상어든 고래든 상관없이 그 창 같은 부리로 찔러 죽였다. 물론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쓰킨보선에 타고 있던 두 사람의 젊은 어부는 그런데도 무리를 했다.
쓰킨보선이란 기묘한 어선이었다. 서양사람들은 그 배를 아프리카의 기린과 닮았다고 기린배라고 불렀는데 사실 그 배는 모습부터 기린과 닮았다. 기린의 기다란 목처럼 높은 감시대가 뱃머리에 있었는데 그 높은 감시대가 선체와 잘 조화가 되지 않아 배가 속력을 내고 갈 때는 마치 기린이 달리는 것처럼 끄떡끄떡 어색했다. 금방이라도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았은데 새치 잡이 선원들은 그런 위험스러운 배에 타고 있었다.
그 선원들은 소위 쓰킨보라는 작살을 갖고 있었는데 쓰킨보는 4m쯤 되는 막대기의 끝에 작살을 붙여 놓았고 작살에는 줄을 묶어 놓았다.
선원들은 높은 감시대 위에서 새치를 발견하면 추격을 하면서 그 작살을 던져 새치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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