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놓고 천안시와 아산시가 대립하고 있다. 지자체간 갈등 뿐만 아니라 양 시의 시내버스 운수업체간 충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산시는 천안시의 시내버스 노선 신설 사전협의 요청에 `부동의` 결론으로 회신했다고 22일 밝혔다. 천안시는 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 가운데 천안시청 건너편 불당동 지역의 대단위 아파트 신축과 입주가 잇따르자 대중교통 편의 제공을 위해 노선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천안시가 아산시에 신설 협의 요청한 노선은 천안 터미널과 불당동, KTX 천안아산역을 오가는 90번 노선이다.

천안시는 90번 노선 신설의 타당성으로 천안, 아산의 시내버스 운수업체 5개사가 KTX 천안아산역 운행에 관해 2004년 5월 14일 서명 날인한 합의서를 앞세웠다. 합의서에는 천안의 시내버스는 천안과 불당동, KTX 천안아산역을 하루 133회 운행한다는 항목이 담겼다. 90번 노선 신설까지는 천안-불당동-천안아산역을 운행하는 천안 시내버스 노선이 19번과 20번 각각 9회, 61회로 총 70회에 그쳤다. 천안시는 합의서에 명시된 137회 운행에서 67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90번 노선을 신설해 천안터미널-불당동-천안아산역을 하루 67회 운행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아산시는 지역 운수업체의 의견을 근거로 천안시 90번 노선 신설에 반대했다. 아산시는 천안시에 보낸 공문에서 90번 노선 신설의 근거로 제시된 합의서의 작성 시점이 13년 전으로 그 동안 교통여건이 달라져 현재 여건에 적합한 노선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산시는 천안-아산 경계지역 노선은 운수업체간 노선 재협의 및 행정기관 조정을 통해 시민편의 증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산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는 천안시가 제시한 2004년 5월 합의서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아산시내버스공관위는 당시 합의서가 "업체간 합의만 하고 관할관청에 인가를 득하지 않은 합의서"라고 평가절하했다. 아산시내버스공관위는 합의서 효력을 인정해도 합의서 내용 3항에 운행개시일은 양시 협의해 시행한다고 명시됐지만 현재 천안시의 90번 노선 신설은 시행일자에 대한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산시의 `부동의` 입장과 아산 지역 시내버스 운수업체들의 반발에도 천안시는 예정대로 90번 노선 신설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2004년 합의서는 추후 별도 협의가 없었기 때문에 현재도 유효하다"며 "업계간 이견으로 불편을 주민들에게 전가할 수 없기 때문에 90번 노선 신설 등 천안시 시내버스 노선 일부개편은 계획대로 오는 24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천안시의 90번 노선 신설 강행이 기존의 시내버스 운행질서를 무너뜨리고 양 지역 운수업체간 물리적 충돌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천안시와 아산시는 2014년 민선 6기 출범 이후 천안·아산 상생발전협의회를 운영하며 `천안-아산 시내버스 단일 요금제`를 합의해 시행하고 있지만 KTX 천안아산역 택시 사업권 조정 등 다른 교통현안의 해결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윤평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