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부 세종청사내 보건복지부 건물 6층 계단에서 심장이 멎은 채 발견된 김모 여(女)사무관의 죽음은 뜻밖의 돌연사 사건이었다. 평일도 아닌 일요일 날 이른 아침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이런 경우에는 흔히 외부 요인에 용의점을 둔다. 복지부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러했고, 더욱이 사고 직후 고인과 관련한 주변 정보가 막혀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 사무관은 주말 휴무 반납은 물론이고, 출퇴근 시간에도 구애됨 없이 업무에 열정적인 공무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분장 업무의 성격과 중간 간부라는 직무를 수행하다 보니 아마도 살인적인 업무와 전쟁을 방불케 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새벽 출근과 야근, 장관 보고, 국회 출장, 주말 근무까지 강행군이었는데도 힘든 내색 하나 없었다"는 게 김 사무관의 업무 강도 및 사이클에 대한 동료 공무원들 증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변고를 당하기 전날에도 꼭두새벽에 사무실에 나가 3시간 씩 잔무를 처리했을 정도라는 말도 나왔다. 꼭 그렇게 심신을 혹사해야 했나 하는 작은 의구심이 들 법도 한데, 역지사지라고 입장을 달리하면 고인의 처지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인은 두 자녀를 키우는 보통의 30대 `워킹맘`이었다. 워킹맘들은 공적 영역이든 민간 영역이든 가정 일과 직장 일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는 일종의 `경계인`으로 분류된다. 한쪽으로 치우치기 어려운 탓에 양쪽 일을 안배해 가며 초인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김 사무관도 마찬가지 처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일주일 만에 복직한 마당이었으니 밀린 숙제에 쫒기는 듯한 강박도 없지 않았을 터이다.

고인의 죽음은 애석하다. 명문대 약대를 나오고 행정고시 출신이라면 고위공직자로 성장할 여력이 충분했다. 그런 고인이지만 끝내 직업 일선에서 스러지고 말았다. 휴무 날 사무실 계단에서 과로로 삶이 꺾였다는 점이 걸린다. 일과 육아에 치이는 여성 직장인들의 한 단면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 `제도의 무신경망(網)`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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