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무분별한 분원 설치를 억제하고, 설치된 분원을 평가해 본원 통합 또는 기능 재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도 출연연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타 지자체에 국가과학기술 역량을 대전으로 집중시킬 필요성도 주문된다.

19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지난 40년 간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출연연들은 나로호 발사, 자기부상열차 개발, 컬러TV 수상기 국산화, 중수형 핵연료 국산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 상용화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돼 일상 생활의 편리함은 물론 대한민국의 과학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무분별하게 난립한 분원들로 인해 국가과학기술혁신역량이 전국 각지로 분산시켰고, 분원의 `남설(濫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비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이은권 의원은 "2000년 이후 생긴 50개의 분원 중 37개의 분원이 정치권과 지자체의 요구로 만들어졌다"며 "분원은 지역과 국가 과학기술 혁신 역량을 함께 고려한 상태에서 설립돼야 함에도 각 지역에서 지자체장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공약이행 또는 업적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출연연의 지방 분원이 설립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대전시의 무관심도 한몫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자기부상열차로 선정했다가 트램으로 변경하는 등 현재까지 대전시에서 과학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출연연을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전시의 무관심으로 인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는 다른 지자체로 이전을 원하는 출연연들도 있다.

실제 부산시는 지난 2013년부터 해운대구 센텀시티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 `ETRI 공동연구센터`를 열고 부산분원 유치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ETRI 부산분원 설립 타당성 재조사 최종 용역`에서 BC(비용대비편익)가 0.44가 나와 설립 자체는 오리무중이다. BC가 낮게 나온 주된 이유는 무분별한 분원 설립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분원이 발생하자 정부의 분원 구조조정 등이 용역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출연연 분원 설치에 대해서는 앞으로 본원이 해당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연차별 투자 계획을 확실하게 수립하고,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기초연구 중심의 본원과 융합 및 기술사업 중심의 분원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의원은 "출연연 분원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학기술정책의 기조를 훼손하고 연구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덕특구가 국가 연구개발(R&D) 기능을 집중해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조성된 만큼, 분원의 평가를 더 내정하고 엄격하게 해서 구조조정해야 할 분원들을 통폐합해야 한다"며 "새로운 분원의 설치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진행돼야 하고 융·복합 연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달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