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음식이야기

의식주는 인간이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기본 요소이다. 그 중 먹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며 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음식을 먹는 것은 맛과 영양을 얻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음식은 시대의 상징이자 문화의 핵심이며 사람살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인류는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진화가 일어났다.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국가가 생겨나고 원산지가 아닌 곳에 식물을 옮겨 심으면서 생태계가 변화하고 맛있는 음식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먹거리가 넘쳐나는 대신 유전자 변형 식품, 화학 첨가물 식품 등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음식은 태곳적부터 인간의 역사를 지배해 온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먹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쌀과 후추, 고추, 설탕, 감자, 치즈, 피자 등의 21가지 음식을 통해 청소년들이 지루하고 어렵게 느끼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맛깔나게 풀어냈다.

문명을 확립하고 지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한 나라의 경제를 좌우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등 정치, 경제에서부터 문화, 건강에 이르기까지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조목조목 나눠 설명한다.

인간은 밀과 쌀 등의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물물교환을 하고 문명을 이뤘고, 소금은 로마가 천하를 평정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육포가루를 만들어 먹었던 칭기즈칸의 군대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까지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고 후춧가루를 얻기 위한 유럽 사람들의 경쟁은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낳았다. 감자는 인류를 참혹한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고, 설탕과 커피는 세계의 경제를 움직이고, 냉장고가 없던 시기에 절임청어를 판 네덜란드는 한때 전세계를 호령하는 부강한 나라가 됐다.

저자는 세계의 역사뿐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한국의 역사에 얽힌 음식 이야기도 알려 준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서해 갯벌 덕택에 고구려 민족은 소금과 각궁을 맞바꿔 활 잘 쏘는 민족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의 쌀농사가 이뤄졌다는 증거를 발견했고 우리나라의 토종 밀 품종인 `앉은뱅이밀`은 뛰어난 장점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된장과 고추장의 주원료인 콩(대두)의 원산지로, 20세기 초반만 해도 세계 2위의 콩 재배 국가였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 준다.

또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의 위기를 맞은 대구를 통해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제국주의의 오랜 식민 사업으로 인한 원주민의 몰락, 설탕의 단맛 뒤에 숨어있는 흑인 노예의 눈물, 커피 농장 노동자들이 커피값의 1%도 안되는 임금을 받는 불공정한 거래 형태, 풍요로운 현대에서 분배의 문제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기는 현상 등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도 던져 준다. 이 외에도 음식의 원산지부터 이름의 유래, 만들어지는 과정, 세계의 여러 음식 종류까지 음식에 관한 기본 지식을 소상하게 알려 준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양에서 서양까지 가로지르는 이야기들은 100여 컷이 넘는 그림과 지도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호창 기자

홍익희 지음/ 세종서적/ 236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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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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