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혜성은 인류 역사상 밤하늘에서 목격할 수 있는 최고의 장관 중 하나였다.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공포와 두려움, 신화와 예언, 시와 그림, 그리고 호기심과 의문이 남았다. 특히 과학자들은 뉴턴 역학의 살아 있는 증거로, 태양계의 시원 물질을 고스란히 간직한 코스모스의 화석으로, 또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전해 준 요정으로 혜성의 과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무엇보다도 혜성은 지구상에 있는 왜소한 인간의 존재와 우주 간의 긴밀한 연결성을 상기시킨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코스모스(Cosmos)`의 저자 칼 세이건이 자신의 부인이자 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1980, 2014년)의 제작자로 명성이 높은 앤 드루얀과 함께 쓴 `혜성(Comet)`은 혜성과 관련된 모든 과학 지식을 비롯해 역사, 인문, 예술, 문화를 망라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혜성의 본질`은 혜성에 매료된 위대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오랫동안 미신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혜성이 과학적 탐구 대상이 되는 과정, 과학이 밝혀 낸 혜성의 구조와 성분을 소개한다.
1장 `혜성에 걸터 앉아`에서는 혜성과 함께 떠나는 가상의 태양계 여행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2장 `불길한 징조`는 고대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포와 미신, 두려움과 재앙의 전조로 간주되었던 혜성이 데모크리토스, 아폴로니오스, 세네카와 같은 선구자들의 연구와 통찰로 과학의 영역에 편입됐다고 서술한다.
3장 `핼리`는 뉴턴의 조력자로서 `프린키피아`의 출간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뉴턴의 운동 법칙을 사용해 혜성들의 궤도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핼리 혜성의 존재를 밝히고 그 귀환을 예측한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를 재조명한다.
4장 `귀환 시기`는 핼리 혜성이 예측대로 귀환함으로써 미신에 대해 과학이 승리했음을 알린다. 5장 `방랑자 혜성들`에 이르면 인류는 과학적 추론을 통해 혜성들이 지구 대기에서 발생하는 기상 현상이나 목성에서 튀어 나온 천체가 아닌, 태양계 변방에서 지구를 방문한 성간 우주의 사절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밖에 2부 `혜성의 기원과 운명`은 혜성의 생성과 소멸을 각각 태양계의 진화와 대멸종과 관련지어 설명하며, 3부 `혜성과 미래`는 우주 탐사 시대에 혜성의 가치와 의의, 전망을 논의한다.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과 함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3부작`을 구성하는 이 책에서 독자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칼 세이건의 뛰어난 상상력과 깊은 통찰을 수려하고 우아한 문체로 만나 보게 될 것이다.박영문 기자
칼 세이건·앤 드루얀 지음·김혜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488쪽/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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