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의 일부 조항을 손질하겠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의 논의에 이어 당정 간 합의까지 마쳤다는 소식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행령에서 명기된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상한선 가운데 음식물 허용기준을 5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모양이다. 이들 기준이 너무 엄격해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뒤따르면서 현실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정부의 시행령 개정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점이 줄줄이 폐업하고, 먹고 살기가 막막하다는 농수축산업계의 아우성을 외면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청탁금지법의 여파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리 경제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장기간의 침체국면에 빠져 있다. 기업의 투자위축과 생산성 저하, 고용 불안과 가계 소득 및 소비 감소 등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일각에선 1997년 IMF나 리먼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더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청탁금지법이 이런 상황을 약간 악화시킨 측면은 있지만 경기침체나 위축의 주원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청탁금지법은 도입부터 많은 논란과 곡절이 있었고 시행이 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없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 대다수가 이 법을 지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청탁문화를 바로잡고 부정부패를 줄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바람 때문이다. 특히 선물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뇌물을 걷어내고, 부정부패 속에서 덩치를 키워온 한국 경제의 모순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청탁금지법의 여파는 사회적 비용으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 손질의 대상까지는 아닌 것 같다. 시행한지 100여일 만에 고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자칫 법을 누더기로 만들 우려도 있는 만큼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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